"독특한 공간·거대 작품·로컬 콜라주"


14명 회화·설치·미디어아트 장르 총망라
트라이보울 공간 느낌 살리려 대작 주문
"지역 작가들이 인천에 오래 머물도록
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할 기회 마련"


지난 1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보울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2024.4.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보울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2024.4.1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이자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내달 24일까지 기획전시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진행 중이다.

인천대, 인하대, 인천가톨릭대 등 지역 대학 출신 20대 중후반~30대 후반 작가 14명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장르를 망라한 이번 전시의 상당수는 대형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높고 큰 작품들이 걸려 있지만, 위압적이진 않다.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번 기획전의 예술감독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전시공간 자체의 아우라가 너무 세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큰 작품을 주문했다"며 "작품의 규모가 없으면 이 공간을 이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라이보울은 건축물 명칭같이 세 개의 접시를 삼각으로 붙인 형상이다. 'UFO'(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내부 또한 비탈진 벽면과 높은 층고, 겉으로 드러난 철골 구조, 공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가 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하얀 벽면에 네모난 전시장)보다 전시 구성 난이도가 높은 전시장이다.

차 교수는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100호 캔버스 8장(260×648㎝)짜리 김호경의 대형 회화 '230727-0827'을 급기야 철사를 이용해 걸어 전시했다. 김명미(OBLI PEOPLE), 유예린(화려한 추락)의 미디어아트 또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세이의 '위장과 캔슬링' 연작, 류재성 'Glitch', 박찬영 '개막은 땅 그 위에서', 양태현 '허물과 속의 접점', 육은정 '이상', 이선호 '자연이 공명' 등 대작이 돋보인다.

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받은 설치작가이기도 한 차기율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트라이보울 청년작가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차 교수는 전시 서문에도 썼듯 청년 작가들이 로컬(Local)로서 인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 교수는 "오늘날에 있어서 로컬이라는 게 조금 촌스러운 얘기이고, 서울하고 맞닿아 있는 인천의 경우 더욱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인천이 키워 낸 자산, 자생성에 관한 문제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부족하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인천은 그동안 외부에 있는 검증된 기획이나 완성된 것을 가져오는 건 참 좋아하는데, 자기 자산을 터부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천이란 도시가 채워져 있지만 굉장히 허허한 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보듯 지역 청년 작가들의 관심과 고민은 하나로 모이지 않으며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차 교수는 "작가들이 인천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인천에 머물면서 활동하지 않는다"며 "청년 작가들도 지역에 대해 당위성을 느끼고 자존감도 생겨야 머물 것인데, 정책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비엔날레 창설 같은 학구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인천은 갯벌처럼 생태학적 유산, 남북 분단 문제에서 가장 첨예한 도시란 특수성이 강한 도시"라며 "이런 특수성에 기반을 둔 인천의 비엔날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