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숙명이다. 일본이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 위에 있듯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역사의 조산대' 위에 있다. 일본에 지진이 잦았던 만큼, 한반도에선 국제전쟁이 잦았다.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래 현재까지 100여년 근현대사 역시 왕조시대처럼 국제정세에 휩쓸린 역사였다. 식민도 독립도 분단도 동란도 국제정세의 형세를 따랐다.
한반도를 떠옮길 수 없으니 지금이라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할 도리가 없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국제정세는 시시각각 대한민국에 크고 작은 쓰나미를 보낸다. 최근 몇년 사이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시기가 일치한다. 밀가루, 대두유, 옥수수값이 치솟아 발생한 물가 쓰나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천억원 짜리 자동차공장을 1만루블, 14만원에 팔고 철수해야 했다.
중국과 반도체 전쟁 중인 미국은 64억 달러 보조금으로 삼성전자의 400억 달러 투자를 못박았다. 반도체로 중국을 누르려는 미국이 안보동맹인 한국의 반도체를 징발하니, 미·중 패권 전쟁으로 K-반도체가 위기에 빠졌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전쟁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확장되자 호르무즈 해협의 수입·수출선이 불안해졌다. 유가가 뛰고 인천항에 선적을 미룬 수출 차량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국제정세의 여파가 경제에 국한된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디면 된다. 하지만 다극적 패권이 이합집산하는 국제정세는 경제위기 이상의 변고를 예보한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대만 해협에서 해양패권을 다툰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현실론이 됐다. 러시아는 포탄을 구매하려 북한에 정찰위성 기술을 전수하고 식량을 보급한다. 핵무장국 북한은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며 공식적인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반도 주변 4강의 형세는 급변한다. 우리에게 호의적인 국제정세는 아닐테다. 뭔가 큰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도 촉·오동맹의 균열로 무너졌고 위나라 패권 앞엔 무기력했다.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나 '아메리칸 파이 열창' 수준으로 관리할 국제정세가 아니다. 제갈량이 100명 있어도 모자랄 외교험지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총선도 끝났으니 이제 밖에도 바짝 신경 쓸 때가 됐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