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신청자격 제한에 소속 없이는 의견 제시조차 어려워져
용현 3동 배제사례… 일각서 "참여 권리 침해 불합리" 주장


인천시가 주민들이 주도해 낙후된 마을을 가꾸는 도시재생사업의 신청 자격을 '주민자치회'로 제한했다. 이에 주민자치회에 속하지 않은 주민이 마을의 도시재생을 원해도 그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2019년 낙후된 마을에 인천형 도시재생사업인 '더불어마을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체육시설, 경로당, 주차장 등 마을에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협의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추진 과정에 참여하는 '상향식' 마을환경개선사업이다. 주민 10명 이상이 모이면 누구나 이 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사업 명칭을 '행복마을가꿈사업'으로 바꾸고, 통상 20~50여명으로 구성되는 읍·면·동 주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주민자치회만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주민자치회에 소속되지 않은 주민들은 마을의 도시재생을 원해도 주민자치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 신청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올해 2월 인천시는 행복마을가꿈사업 대상지로 9개 마을을 선정했다. 신청서를 낸 10개 마을 중 미추홀구 용현3동만 제외됐다. 이 마을은 주민자치회 소속이 아니어서 신청 자격이 없는 주민 15명이 신청한 곳이다.

앞서 인천시는 이들을 비롯해 용현3동 주민 204명이 사업 신청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자, 용현3동의 신청을 예외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인천시가 꾸린 사업평가위원회가 신청 자격이 없는 마을은 심사하지 않기로 해 용현3동 주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지난해엔 주민자치회에 행복마을가꿈사업을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사업을 하면 재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양모(60)씨는 "용현3동은 오랜 기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곳으로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도로 환경도 나빠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마을"이라며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원해도 주민자치회가 막아서면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양씨 등은 인천시가 주민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가 발의해 2015년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인천시 주민은 누구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권리를 가지며 도시재생사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인천시는 행복마을가꿈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고 해명한다. 주민자치회가 아닌 일반 주민들의 모임은 내부 갈등이 생기는 등의 문제로 사업이 중도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부평구 웃음샘 마을, 계양구 작전대로 이루길 마을, 남동구 모래내 마을 등 3곳이 이런 이유로 사업이 중도에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용현3동의 경우 주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주민자치회가 협의를 거쳐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라며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주민자치회로 신청 자격을 제한한 것이 위법한 행정 처리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