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YONHAP NO-2203>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6 /연합뉴스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쓴 4·10총선 반성문의 키워드는 민생과 소통이었다. 총선 참패 엿새 만에 행한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다수 국민의 정권심판 의지와 고착화하는 자신의 '불통' 이미지에 대한 답변으로 들렸다. 그런데 반성문 또는 사과문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 도무지 낯설다.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라든지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내용 전개가 그렇다.


당장 야당 대변인들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성하는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대통령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한다"면서 "국민이 외려 사과해야 하나 보다"라고 비틀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내용과 형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가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아쉬워했다. 공개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는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는 발언이 없다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대통령실을 통해 전달된 방식 또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두 가지, 즉 민생을 더 챙기고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기 위해선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하고,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 처음에 그랬듯이 국민들 앞에 서서 국민들과 직접 얘기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파격적으로 국민들 앞에 직접 서는 방식을 선택했던 처음으로 돌아가 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하고, '도어스테핑(출근식 문답)'도 하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대통령의 생각 또한 직접 들려주면 되는 일이다. 그것부터 하면 된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는데 내일이라도 그것부터 실행에 옮겨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