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장바구니 물가 부담

양배추 마트서 사면 1만원꼴

생필품·외식비도 상승 곡선

수원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양배추 1통이 9천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4.4.18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수원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양배추 1통이 9천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4.4.18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시장에서 40년 정도 야채를 팔았는데,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네요”

18일 수원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야채가게 사장 정모(77)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고삐 풀린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여파다. 채소 가격이 널뛰는 상황 속 마진을 적게 남기는 방법을 택했지만, 시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워낙 뜸한 탓에 정씨의 가게도 한적하기만 했다. 정씨는 “한달 전만 해도 하루 매출이 20만원은 나왔는데, 지금은 10만원 팔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채소는 물론 각종 제품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도, 판매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양배추다. 작황 부진에 공급은 줄었으나 수요는 여전해서다. 4·10 총선을 흔든 대파 파동에 이어, 최근엔 특히 양배추와 당근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원지역에서 판매되는 상품 양배추 1통 평균 소매가격은 4천915원으로 집계됐다. 전달(4천47원) 대비 21.4%(868원) 증가한 수준이다.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평균치를 훌쩍 웃돌았다. 이날 찾은 수원 전통시장에선 양배추 1통이 5천~6천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야채가게 관계자 이모(36)씨는 “예전에는 1망(3통)을 1만5천원에 떼어왔는데, 지금은 2만3천원 수준”이라며 “도매가격이 오르다보니 예전처럼 1통에 3천원에 팔 수 없다”고 했다.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4분의 1로 자른 양배추를 개당 2천290원에 판매 중이었다. 1통으로 환산하면 1통당 9천160원꼴이다. 시장 내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선 양배추 1통 가격이 9천500원이었다. 양배추는 주로 제주도에서 출하되는데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많지 않은 만큼 양배추 1통 가격이 1만원을 넘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양배추 등 채소가격이 널뛰는 상황 속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자른 양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2024.4.18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양배추 등 채소가격이 널뛰는 상황 속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자른 양배추를 판매하고 있다. 2024.4.18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채솟값 상승에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도 부담을 호소했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비싸다고 사지를 않는다. 이전보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는 “과일은 물론 채소 사는 게 이렇게 부담이 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오르는 것은 비단 채소 가격뿐만이 아니다. 기름값부터 외식비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 e커머스 업체 쿠팡은 유료 멤버십 월 요금을 기존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58.1% 올린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부터 빼빼로 등 초콜릿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올린다. 치킨업계는 이미 가격을 올렸다. 굽네는 지난 15일부터 9개 제품 가격을 1천900원씩 인상했다. 파파이스는 치킨, 샌드위치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모두 물가 인상과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상승 압박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가격도 오른다. 면도기, 생리대, 클렌징폼 등이 대상이다. 엘지유니참 ‘쏘피 바디피트 내몸에 순한면’의 경우 4개입 중형이 기존 2천400원에서 2천600원으로, 16개입 대형은 9천400원에서 9천900원으로 각각 8.3%, 5.3% 인상된다.

김 가격도 뛰었다.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 조미김 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중견업체 3곳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원초 가격이 1년 전보다 50% 이상 올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체들 설명이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A(33) 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