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최대 6000원·슈퍼 9500원
치킨·과자·생필품 등 전방위 인상
"시장에서 40년 정도 채소를 팔았는데,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네요."
18일 수원시내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 사장 정모(77)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고삐 풀린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여파다. 채소 가격이 널뛰는 상황 속 마진을 적게 남기는 방법을 택했지만, 시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워낙 뜸한 탓에 정씨의 가게도 한적하기만 했다.
정씨는 "한달 전만 해도 하루 매출이 20만원은 나왔는데, 지금은 10만원 팔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채소는 물론 각종 제품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도, 판매하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양배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원지역에서 판매되는 상품 양배추 1통 평균 소매가격은 4천915원으로 집계됐다. 전달(4천47원) 대비 21.4%(868원) 오른 수준이다. → 그래프 참조
인근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평균치를 훌쩍 웃돌았다. 이날 찾은 수원 전통시장에선 양배추 1통이 5천~6천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채소가게 관계자 이모(36)씨는 "예전에는 1망(6통)을 1만5천원에 떼어왔는데, 지금은 2만3천원 수준"이라며 "도매가격이 오르다보니 예전처럼 1통에 3천원에 팔 수 없다"고 했다.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4분의 1로 자른 양배추를 개당 2천290원에 판매 중이었다. 1통으로 환산하면 1통당 9천160원꼴이다. 시장 내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선 양배추 1통 가격이 9천500원이었다.
오르는 것은 채소 가격뿐만이 아니다. 기름값부터 외식비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부터 빼빼로 등 초콜릿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올린다.
치킨업계는 이미 가격을 올렸다. 굽네는 지난 15일부터 9개 제품 가격을 1천900원씩 인상했다. 파파이스는 치킨, 샌드위치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모두 물가 인상과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상승 압박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면도기, 생리대, 클렌징폼 등 생필품 가격도 오른다.
김 제품 가격도 뛰었다.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 조미김 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중견업체 3곳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원초 가격이 1년 전보다 50% 이상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A(33)씨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