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실태조사 32.8% "사용 안해"
"쓰지 않아도 일상 큰 불편 없다" 답변
교육시설 부족… 표기 안 된 곳도 많아
활성화 대책 수립·교육 확대 모색키로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줄고 있다. 점자를 대체할 소통 수단이 늘고 있는데 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시각장애인의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점자 활성화가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5년 전 화재로 시력을 잃은 중증 시각 장애인 배명식(52)씨가 복지관 내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스마트폰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 배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메뉴판을 찍었다. 이윽고 스마트폰에서는 "아메리카노 1.5, 카페라테 2.0" 등 메뉴판에 적힌 글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배씨는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라면을 먹을 때도 라면의 종류를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하고, 책을 읽고 싶을 땐 음성도서를 듣는다. 배씨는 "점자 배우는 게 어렵기도 하고, 평소에 점자를 쓰지 않아도 일상에 큰 불편함이 없다"며 "1년에 점자를 사용할 일은 몇 번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최호진(70)씨는 "점자 교육 교재가 부족하고, 지원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점자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점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임종남(73)씨는 "점자를 배워서 알아도 공공기관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점자 표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없어서 점자를 쓸 일이 적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사용이 줄고 있는 것은 인천시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시각장애인 점자사용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인천지역 전체 시각장애인(1만3천816명)의 1%인 113명을 표본으로 설정해 진행된 조사 결과 전체의 32.8%(37명)가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를 사용 중'이라고 응답한 시각장애인은 54.8%(62명)였고, 나머지 12.4%(14명)는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46.8%가 '점자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새로 점자를 배우는 것이 어려워서(25.5%)' '점자가 필요하지 않아서(23.4%)' '점자를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몰라서(4.3%)' 등 순이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히 중도에 실명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을 통해 알음알음 점자를 배워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점자 교육 프로그램 보급 확대 등 점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각장애인 단체 등은 점자가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문해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에서 유일한 점자도서관이자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산하기관인 인천 송암점자도서관 김윤미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 역시 휴대폰 문자나 메일, 문서 작성 등을 하며 소통하는 일이 많은데, 점자를 알지 못하면 맞춤법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며 "(점자로) 글을 읽는 것과 듣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필수 문자이자 아주 중요한 소통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점자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청 등과 협력해 점자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점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점자 교육 기관과 별도의 건물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지만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현재 인천시 각 부서와 장애인 관련 단체, 기관들과 계속 협의하며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