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학산소극장, 김경아 명창 '심청 이야기'
100명만 가능한 관객참여형 공연
영화 '광대: 소리꾼' 곁들여 몰입↑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눈물을 쏙 뺀다. 지난 18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열린 소리꾼 김경아 명창의 '심청 이야기' 공연 중 곽씨부인이 숨을 거두자 심봉사가 울부짖는 대목이 나올 때 공연장 풍경이다. 갓난 아기 심청을 두고 먼저 떠난 곽씨부인, 싸늘해진 그를 붙든 심봉사의 절규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미추홀학산문화원과 사단법인 우리소리가 주최한 이번 공연에서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중 곽씨부인 죽음 이야기를 불렀다. 이날 김 명창의 소리를 받은 고수이면서, 공연 해설을 맡은 조정래 영화감독은 "명창들도 너무 슬퍼서, 목이 메어 소리를 놓칠까봐 부르지 않고 넘어갈 정도로 슬픈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관객들은 중간중간 '얼씨구, 좋다'하면서 추임새와 박수를 넣다가도 김 명창의 애끓는 소리가 절정에 다다르면 숨죽여 지켜봤다.
김 명창의 심청가 공연은 관객 딱 100명을 모아 매달 셋째 주 목요일 4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5월16일 심봉사와 심청의 동냥 이야기, 6월20일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이야기, 7월18일 심봉사 눈 뜨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네 번에 걸친 심청가 완창(完唱)이나, 그 말보단 김경아 명창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완청'(完聽)이란 표현을 이번에도 썼다. 부르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에 방점을 둔 표현으로, 김 명창은 이들을 '귀명창'이라고도 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은 판소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조정래 감독이 심청가를 모티브로 2020년 연출한 판소리 영화 '광대: 소리꾼'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소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광대패의 소리꾼 '심학규'가 불의의 사고로 눈이 먼 딸 '청이'와 함께 사라진 아내 '간난'을 찾는 여정을 담은 영화인데, 간난의 죽음을 심청가 속 곽씨부인의 죽음 대목과 겹쳐 보이도록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어질 공연에서도 영화의 장면을 곁들인다.
김 명창과 고수 조 감독의 호흡이 좋았다. 고(故) 청강 정철호 선생에게 고법(판소리의 북 치는 법)을 전수받은 조 감독은 “김경아 명창과의 인연이 20년이 넘었는데, 판소리에서 어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강산제 심청가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하는 명창이 바로 김 명창”이라고 했다.
공연을 마친 김 명창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목이 나오지 않는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다시 공연을 열게 됐다"며 "공연이 이어질수록 더 나은 목소리로 멋진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