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당선·수도권 낙선인 '잡음'
한동훈 "여러분 패배 아냐 힘내자"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좀처럼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21일로 총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당 재건과 수습에 나설 차기 지도체제를 어떻게 세울지도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실 비서실장 교체와 국무총리 인선 등에도 마냥 용산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있다.
애초 국민의힘은 중진 당선인 간담회, 당선인 총회를 거치면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임시 지도부가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최대한 빨리 정식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당내 수도권·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총선에서 패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지난 19일 국회에 모여 더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당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관련, 윤 권한대행은 낙선자들과 간담회 후 "원외 위원장들은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분이 많았다. 당선인 총회에서는 '실무형 비대위'를 하자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며 비대위 성격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 유보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윤 권한대행은 22일 재소집한 당선인 총회에서 차기 지도체제 구성 및 당 쇄신 방향에 다시 한 번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지만, 결론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남권에 주로 포진한 당선인과 수도권에 많은 낙선자 그룹 사이의 파열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대립이 차기 당권 레이스와 맞물려 지역·세력 갈등으로 발전할 조짐도 보인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수도권 당선인·낙선자들과 함께 패인 분석 세미나를 진행하며 '영남 2선 후퇴론'을 거론하자,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대구 달서병) 당선인이 페이스북에서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각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함께 나눈 그 절실함으로도 이기지 못한 것, 여러분께 제가 빚을 졌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총선 뒤) 열흘이 지났다. 실망하시고 기운 빠질 수 있고 길이 잘 안 보여 답답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같이 힘내시죠. 결국 잘될 것"이라고 적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