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별 전용실, 업무공간과 분리
사안 경중따라 팀장급 이상 배석
정보공개 분야, 법률전문가 배치
시의회도 정책과제 제안서 전달
# 사례1 : 최근 인천시의 한 행정기관은 '배탈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 "배탈이 났는데 박카스를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으면서 시작된 배탈 민원을 응대한 공무원은 이틀 동안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공무원은 소화제 복용을 권유했는데 민원인은 "왜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 사례2 : 인천시 각 행정기관에서는 특정인(기관)을 겨냥한 집중적인 정보공개 청구를 처리하면서 업무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부존재 조치'를 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1명이 4일간 403건의 추가 정보공개 청구를 한 적도 있다. 공무원이 정보공개 청구 응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감사관실에 조사를 청구하거나 직원 기피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천시가 공직 신상정보를 악용한 '좌표찍기'로 항의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TF)'을 꾸리고 사무 공간과 분리된 '전용민원실'을 설치하는 등 직원 보호조치를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특정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악성(특이) 민원을 반복해 제기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지만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 규정이 부재해 일부 공무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위법행위로 폭언(4건), 협박(2건), 폭행(2건), 성희롱(1건), 위험물 소지(1건)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법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악성민원 사례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공무원노동조합이 인천시 공무원 대상으로 지난 3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329명)의 88.5%는 '최근 5년 사이 악성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악성민원 빈도는 '월 평균 1회 이하'(39.5%), '월 평균 2~4회'(30.1%) 순으로 나타났다.
악성민원 주요 사례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중복응답 가능)에는 '동일(유사) 건에 대한 반복 민원 제기'(151명),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 및 보복성 정보공개 청구'(142명), '협박, 욕설 및 폭언 등 언어 폭력'(111명)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자 다수는 악성민원으로 '무기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 그래픽 참조
인천시는 행정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을 구축했다. 전담반은 민원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피해 공무원 법률 상담이나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민원 공무원 인사우대 등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 중 세부시행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다. 또 청사별로 전용 민원실을 지정해 업무 공간과 민원 공간을 분리한다.
민원 대응 시 사안 경중에 따라 팀장급 이상 직원 배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보공개 업무 분야 법률 전문인력을 시 민원담당 부서에 배치해 공개결정에 전문성을 높인다.
정보공개심의회 대면 심의도 월 2회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또 이달 중 민원·정보공개 제도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건의안에는 정보공개 오·남용 청구에 대한 처리 규정 신설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인천시의회도 지난해 11월부터 민원처리 제도개선 전담반을 발족해 5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4대 전략과 8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19일 시 집행부에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통합 전담기구 설치 ▲중앙부처 협력 강화 ▲공직자 보호 결의대회 개최 ▲민원공무원 업무집중 환경 구축 ▲'정보공개법' 개정안 활용 ▲실태 설문조사 실시 ▲청사출입 시스템 확립·정착 ▲제도 보완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명래·김성호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