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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2010)는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서 16주간 1위를 지키며 70만부나 팔려나갔다. 우리도 같은 해 5월 번역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4년 뒤인 2014년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 번역본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승민 전 국회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의 기고문이 담긴 특별판도 나왔다. 유 전 의원은 공리주의·자유시장주의 등의 정의론을 넘어 '공화주의적 정의'를, 김 지사는 우리 사회의 '승자 독식 구조'를 비판하면서 기회와 재화의 공정한 분배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치철학에서 정의론은 크게 세 개의 흐름이 있다. 가장 진보적인 존 롤즈와 자유주의 사회철학자 로버트 노직 그리고 이들 사이에 마이클 샌델이 있다. 롤즈는 기회의 평등과 차등의 원칙을 통한 분배 정의를, 로버트 노직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강조한다. 샌델은 롤즈의 자유주의 정의론에 반대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내세운다. 샌델의 공동체주의 정의론은 여러 장점에도 정의와 자유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샌델의 정의론은 연구와 논증을 중시하는 유대교 할라바 방식의 글쓰기다. 유대교 경전 토라에 대한 접근 방식은 주제 중심의 미슈나와 주석과 해설 중심의 미드라쉬 방식이 있다. 미슈나는 연구 및 논증 중심의 할라바와 이야기와 서사를 중시하는 하가다 방식이 있다. 평론가 발터 벤야민이 말하듯 카프카의 글이 이야기와 서사를 활용하는 하가다 글쓰기라면, '탈무드' 스타일인 샌델의 정의론은 논증과 연구에 방점을 찍는 할라바 글쓰기다.

최근 코코아 가격 인상으로 초콜릿 종류 과자 가격이 내달부터 평균 12%나 오른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원료 인상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은 생산자에겐 정의다. 반면 원료가 오를 때는 가격을 올려놓고 원가가 떨어져도 항상 인상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니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이 늘 부당하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서로의 권리를 두고 노-사, 정부-국민, 기업-소비자 그리고 의사-정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정의론'이 14년간 줄기차게 팔리고 읽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뜻이며,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시급함을 말해준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