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황에 노동자 어려움 가중
인천 1분기 6625명에 165억 지급
"2주 가까이 일감을 얻지 못했어요. 건설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 적은 처음인 거 같아요."
22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건설근로자공제회 인천지사 사무실. 당장 쓸 생활비가 없어 급한 대로 퇴직공제금 160여만원을 받아 나오는 길이라는 박모(63·부평구)씨가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새벽마다 인력사무소에 가서 일감을 구했지만 이달 들어선 고작 두세 번 정도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건설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공사현장도 줄어 일감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건설업계가 자잿값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2월 월간 건설경제동향보고서'를 보면 올해 1∼2월 건설업계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2% 줄어든 20조6천925억원이었다. 이는 최근 3년 간 가장 적은 규모다.
건설경기 불황 등으로 업계 노동자들의 퇴직공제금 신청도 늘고 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금 지급액은 전국 기준 역대 최고치인 6천426억원을 기록했고, 공제금 수령 인원은 30만6천648명으로 2021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30만명 이상을 넘어섰다.
인천에서도 올해 들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인천지사에서 지난 1분기 공제금을 받은 건설노동자는 6천625명,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165억8천만원이다. 이는 각각 지난해 총 수령인원 2만701명의 32%, 총 지급금액 478억8천100만원의 34.6%에 해당한다.
정부는 건설업에서 퇴직하거나 일정 연령(만 60세 이상)에 도달한 노동자들의 노후생활 등에 보탬을 주고자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을 지급하고 있다. 건설업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최소 1년 이상 근속해야 하는 퇴직금 수령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1998년부터 퇴직공제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60세 이상의 노동자는 퇴직공제 적립일수가 252일 이상(12개월)이면 공제금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은 적립 일수와 상관없다.
이날 퇴직공제금을 신청하기 위해 건설근로자공제회 인천지사를 찾은 김모(67·미추홀구)씨는 "요즘 한동안 일을 못해 당장 병원비도 내기 빠듯했다"며 "다행히 500여만원의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인천지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하루 평균 100여명이 퇴직공제금 신청과 수령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청 인원이 늘어나더니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모(60·미추홀구)씨는 "건설경기가 어려운데다가 요즘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관련 법규와 제도가 강화되면서 고령의 노동자를 잘 뽑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만 60세 이상 노동자들도 충분히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건설업 일자리를 알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