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꿈 호사가들 가십일뿐 '시정동력 잃어'
싹조차 못틔운 임기내 마무리 공약 수두룩
판단력 부재·기획력 상실 '혼종' 변함없어
결과는 다 아는 바다. 그나마 경선을 통과해 본선까지 올라간 사람이 2명이었는데 모두 대패했다. 남동구갑 선거구에서 손범규 후보는 현역의원인 맹성규 후보에게 16.7%p 차로 완패했고, 신설된 서구병 선거구에 출마한 이행숙 후보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청년비서관 출신인 모경종 후보에게 17.97%p 차로 참패했다. 앞서 실시됐던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보다는 그래도 줄어든 수치가 이랬다. 잘라 말하면 처음부터 경쟁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2년 전, 유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뒤 참모진을 구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지역의 호사가들은 유 시장이 대권을 꿈꾸는 게 아니냐고 했다. 다수의 참모가 직전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크고 작은 자리를 맡았던 이력을 가진 게 도드라졌다. 대변인과 공보관을 따로 두는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일반적인 사안은 공무원이 공보담당관의 직책으로 맡고, 유 시장과 관련한 정무적 영역은 대변인이 전담하는 방식을 두고 대권과 중앙언론을 염두에 둔 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랬는데 이번엔 8명이나 되는 시장의 참모들이 무더기로 총선 레이스에 뛰어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세상 입들이 또 바빠졌다.
총선 종료와 함께 소란도 그쳤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총선의 전쟁터로 소환됐던 사람들은 전멸했다. 대권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가십이었을뿐이다. 대권은커녕 당장 시정 동력의 상실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됐다. 약속하고 다짐하고 벌여놓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일찌감치 '임기 후 완료' 사업으로 떼어놓은 일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임기 내 마무리를 약속한 일들을 여하히 매조지냐가 요즘 MZ세대의 언어로 '발등튀김'이 됐다.
사실 벌여놓은 일은 고사하고 싹조차 틔우지 못한 시장 공약이 수두룩하다. 공약 1호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부터가 폐기 처분 대상이다. 지난해 봄이 끝나갈 무렵 이미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도 여태껏 속는 체하여 준 인천시민들이 오히려 존경스러울 정도다. 빈 공약의 허망한 깃발을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과 사람들이 헛되이 쓰였는지는 시청 조직도와 업무분장을 일별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중앙과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운 이들이 사라진 그 자리는 학연과 지연과 기타 이런저런 인연들로 대신 채워졌다. 유 시장은 이제 그런 인연들을 앞장세워 임기의 반환점을 돌아나가려 한다. 그래서 내놓을 첫 작품이 '뉴홍콩시티'를 대신할 '글로벌톱텐시티'가 되겠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어느 중국음식점을 떠올리게 했던 1호 공약 명칭이 K팝 아시아 팬들의 어워즈 비스름한 것으로 바뀔 뿐 판단력 부재와 기획력 상실의 혼종(混種)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공약의 확장이라고 둘러대는 건 에이, 좀 지나치다.
솔직함은 최선의 방어책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용기가 필요해서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그런 솔직함, 그런 용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총선에서 대통령에게서도, 여당에게서도, 야당에게서도 끝내 보지 못했던 솔직함의 용기.
/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