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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자라섬은 남이섬보다 1.5배 큰 땅이지만 개발에서 소외된 황무지였다. 해방 전후엔 중국인들이 수박·참외농사를 짓고 살아 중국섬으로 불렸다. 40여 년 지난 1986년이 되어서야 가평군이 자라처럼 생긴 산과 자라목이 있는 마을을 바라본다 하여 '자라섬'이라 이름 붙였다. 지금은 오토캠핑의 성지이자 국제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해진 아름다운 섬은 봄·가을이면 꽃천지가 된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대표 명소다.

남이섬은 원래 구릉지로 형성된 작은 봉우리였다. 홍수 때만 고립됐던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 수위가 상승해 완전한 섬이 됐다. 남이섬은 최인호 원작 영화 '겨울나그네(1986)' 촬영지이자 강변가요제(1979~1989)의 무대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02년부터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한류 팬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자라섬과 남이섬을 유유히 휘감는 북한강에 유람선이 떴다. 지난 12일 가평크루즈가 가평마리나에서 출항하며 천년뱃길사업이 출발했다. 가평군과 민간 자본이 추진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선체 길이 37.52m, 너비 12m, 높이 13.2m 436t 규모 3층 구조로 최대 250명이 탑승할 수 있다. 국내 최초 해양수산부 인증 환경친화적 선박 1호인 전기 크루즈로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연과 소음이 없다.

가평크루즈는 우선 가평마리나~남이섬메타나루를 왕복한다. 다음달 25일부터는 자라섬(자라나루 선착장 경유)도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마침 자라섬 꽃 페스타(5.25~6.16)가 개막하는 날이다. 내년 6월경에는 5개 선착장을 경유하는 약 40㎞ 전 구간이 온전히 공개된다. 자라섬~남이섬~복장포구~물미연꽃마을~송산리~고성리~호명리를 북한강 뱃길따라 유람할 수 있다. 선착장과 노선 주변 식물원 자라섬이화원, 쁘띠프랑스, 호명산, 수상레저타운, 청평유원지 등을 잇는 관광 벨트가 된다. 놓칠 곳 하나 없는 코스다. 타고 온 차는 주차해놓고 유람선에 올라 명소를 두루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봄의 여신 마이아(Maia) 이름에서 유래한 계절의 여왕 5월(May)이 다가온다. 새로운 영감을 부를 사색과 힐링을 위한 만유(漫遊)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왕이면 북한강에서.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