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자체, 악성민원서 직원 보호
홈페이지 수정·직제표 사진 뺐지만
"신문고 접수시 이름·전화번호 공개"
개인정보 노출 최소화할 대책 필요

인천 각 군·구청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업무 담당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서구는 이달 1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가리고, 담당 업무와 전화번호만 공개하고 있다. 사무실 앞에 부착한 직제표에선 직원들의 사진을 뺐다. 서구를 시작으로 미추홀구, 부평구, 남동구, 중구 등도 이런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수정했다.
이는 지난 2월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신상 정보를 악용한 이른바 '좌표 찍기'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과 서울 등 전국 지자체에서도 홈페이지에서 직원 이름 등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공무원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한 행정안전부 등의 별도 지침이 없어 각 지자체가 직원 보호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 안팎에선 담당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구청 홈페이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민원 창구를 통해 담당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만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는 국민신문고를 비롯해 새올전자민원창구, 구청장(시장)에게 바란다, 120미추홀콜센터 등이 있다.
인천 한 구청 공무원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전화번호와 이름이 민원인에게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청 공무원은 "홈페이지 등에서 이름을 가려 직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시키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른 창구에서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결국 구청 담당자가 연락해야 하는데, 특히 외부 출장 중에는 사무실 전화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지자체가 신상 정보를 가리더라도 다른 민원 창구를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악성 민원인은 이런 창구까지 모두 이용한다"며 "정부가 전담 부서를 만들어 통합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이 부서에서 악성 민원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에도 민원 업무용 휴대전화를 제공하는 등 직원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