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단체 45곳 모니터링
절반 승강기 없어 휠체어 못써
낮은 기표대에 화장실도 미비
급한 경사로·길잃은 점자블록도
지난 4·10 총선에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사전투표소가 인천에 다수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에서 활동 중인 장애인 단체인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4·10 총선 사전투표가 진행된 5~6일 이틀에 걸쳐 인천지역 사전투표소 45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들이 조사한 사전투표소의 절반가량(48.7%)은 승강기가 없이 2층이나 지하에 마련돼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건물 1층이나 주변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했는데, 그 장소가 출입문 바로 옆이나 차량이 드나드는 야외 주차장 등이어서 장애인 유권자의 안전이 우려됐다.
또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을 위해 설치된 '거동불편자용 기표대'는 폭 0.7m, 길이 1.2m로 일반 기표대보다 공간이 넓지만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투표용지를 올려두고 도장을 찍는 기표대 높이가 낮아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불편한 자세로 투표해야 했다.
동구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뇌병변장애인 최성미(50)씨는 "투표소에 승강기가 없어 야외에 있는 임시 기표소를 이용했는데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투표하며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었다"면서 "거동불편자를 위한 기표대라고 했으나 전동휠체어가 들어가기엔 비좁아 기표대 가림천이 들춰져 비밀 투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말했다.
또 사전투표소 10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도 출입구가 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거나 청소도구가 쌓여 있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곳도 21곳이나 됐다.
투표소 출입문이 비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거나 설치된 경사로의 기울기가 높아 위험한 곳도 있었다. 점자유도 블록이 아예 없거나, 방향을 잘못 안내하는 점자유도 블록이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인천지역 장애인 단체는 26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과 차별을 시정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임시 기표소 옆에 더 많은 투표 사무원을 배치해 장애인 유권자들의 편의를 돕도록 했다"며 "다음 선거에선 장애인 단체와 더 긴밀히 협의해 기표소 불편 사항들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