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입문하고 싶다면 이 책 추천
영화 '마천루' '메트로폴리스' 등
저자가 권하는 '베스트 10' 부터
제작영상 곁들인 좋은 안내서
건축에 관한 출판 목록을 검색해보면 너무나 많은 도서 정보에 기가 죽을 것이다. 세상에 접근하기에 쉬운 게 없다. 그래서 대부분 만만한 유튜브를 통해 알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실상을 보면 염려되는 현실이지만 무턱대고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심을 잃지 않고 건축 세계에의 입문을 도울 수 있는 더 나은 방도는 없을까?
국내외의 주요한 건축물과 건축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길이 있다. 바로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이하 건축영화)를 찾아서 보는 일이다. 여행 중 건축물 답사를 하는 것도 좋다. 문제는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나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건축물은 언감생심이다. 건축영화는 그 틈을 메워주는 데 맞춤이다.
그런데 건축영화라니? 그런 장르가 있었던가? 의문을 가질 법하다.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서 건축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잘 소개된다. 매년 가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올해로 16회째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건축가, 건축물, 건축주가 중심 콘텐츠로 환경, 도시, 주거, 사람 및 정책, 제도, 시민운동 등 다뤄지는 분야가 꽤 넓다.
최근 건축영화에 관한 좋은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건축영화 1902'(강병국 지음, 정예씨출판사)이다. 책 제목에 담은 '1902'는 건축영화의 시초라 여겨지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세계 여행'(상영시간 13분)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에게 건축영화 입문 1순위를 꼽으라면 킹 비더 감독의 '마천루'(The Fountainhead, 1946) 혹은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건축영화로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Talking Architect, 2011)를 맨 앞줄에 세우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권하는 20~21세기를 관통하는 '건축영화 베스트 10'을 포함한 100편의 베스트 필름과 1902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제작한 1천500여 편에 달하는 건축영화의 목록을 담고 있다. 건축영화에 관한한 유익한 백과사전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제대로 작심하고 쓴 건축학 개론서이다.
지난 4월17일, 국내 조경계의 살아있는 전설 정영선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땅에 쓰는 시'(Poetry on Land, 2023)가 개봉되었다. 선유도공원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을 설계한 국보급 조경가의 이야기다. 이 책의 후반부에 소개됐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