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중심으로 커진 건축 관심
쉽게 입문하고 싶다면 이 책 추천
영화 '마천루' '메트로폴리스' 등
저자가 권하는 '베스트 10' 부터
제작영상 곁들인 좋은 안내서


영화 마천루
게리 쿠퍼 주연, 영화 '마천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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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영상 매체를 중심으로 건축에 대한 관심이 무척 커졌다. 보다 정확히는 집에 대한 관심이다. 유튜브를 통한 건축 관련 정보도 넘친다.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건축의 양태가 다양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이란 주제는 일반인들에겐 넘사벽이다. 그래서 건축보다는 집이란 단어를 반기는지 모른다.

건축에 관한 출판 목록을 검색해보면 너무나 많은 도서 정보에 기가 죽을 것이다. 세상에 접근하기에 쉬운 게 없다. 그래서 대부분 만만한 유튜브를 통해 알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실상을 보면 염려되는 현실이지만 무턱대고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심을 잃지 않고 건축 세계에의 입문을 도울 수 있는 더 나은 방도는 없을까?

국내외의 주요한 건축물과 건축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길이 있다. 바로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이하 건축영화)를 찾아서 보는 일이다. 여행 중 건축물 답사를 하는 것도 좋다. 문제는 개인 소유의 건축물이나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건축물은 언감생심이다. 건축영화는 그 틈을 메워주는 데 맞춤이다.

그런데 건축영화라니? 그런 장르가 있었던가? 의문을 가질 법하다. 국내외 유명 영화제에서 건축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잘 소개된다. 매년 가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올해로 16회째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주관하는 행사다. 건축가, 건축물, 건축주가 중심 콘텐츠로 환경, 도시, 주거, 사람 및 정책, 제도, 시민운동 등 다뤄지는 분야가 꽤 넓다.

최근 건축영화에 관한 좋은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건축영화 1902'(강병국 지음, 정예씨출판사)이다. 책 제목에 담은 '1902'는 건축영화의 시초라 여겨지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세계 여행'(상영시간 13분)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에게 건축영화 입문 1순위를 꼽으라면 킹 비더 감독의 '마천루'(The Fountainhead, 1946) 혹은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건축영화로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Talking Architect, 2011)를 맨 앞줄에 세우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권하는 20~21세기를 관통하는 '건축영화 베스트 10'을 포함한 100편의 베스트 필름과 1902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제작한 1천500여 편에 달하는 건축영화의 목록을 담고 있다. 건축영화에 관한한 유익한 백과사전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제대로 작심하고 쓴 건축학 개론서이다.

지난 4월17일, 국내 조경계의 살아있는 전설 정영선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땅에 쓰는 시'(Poetry on Land, 2023)가 개봉되었다. 선유도공원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을 설계한 국보급 조경가의 이야기다. 이 책의 후반부에 소개됐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