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신차 생산 배정과 고용안정에 대한 확약을 사측에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생산 계획 취소로 불투명해진 지속가능성을 되살린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지엠(GM)의 미래차 전환 계획이 지연되고 있어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발표했다. 한국지엠지부는 주요 요구안으로 ▲PHEV 차량 생산 취소에 따른 후속 대책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 ▲월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 등을 제시했다. 임단협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께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PHEV 차량 생산 계획이 취소된 사실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 중인 3개 차종(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GX·뷰익 엔비스타)의 생산 종료 시점인 2027년 이후 생산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지부는 부평공장의 생산 지속과 고용 안정을 위해 올해 임단협에서 후속 차종 생산에 대한 확약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안규백 지부장은 “매년 임단협마다 사측은 불확실한 계획을 안건으로 가져왔는데, 올해는 교섭안에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는 협약서를 요구할 것”이라며 “후속 차종의 개발과 생산계획을 시기별, 단계별 로드맵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임단협을 타결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지엠의 신차 배정 권한을 지닌 GM이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임단협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GM의 전기차 개발 계획도 축소됐다. GM이 올해 미국 대선의 키를 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여론을 의식해 한국에 신차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안규백 지부장은 “후속 차종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도 요구할 수 있다”며 “생산 하청기지로 전략한 한국지엠이 신차 개발부터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종합 완성차 업체의 위상을 되찾도록 요구하는 게 이번 임단협의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