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부터 히틀러까지 세계사 속 맥주 역사 담겨

양조에 열 올린 수도사·맥주잔 컬러의 경쟁력 등 '흥미'

진입장벽 높은 호러 장르… 매력적·쉽게 접근토록 고민
실제 이야기와 절묘하게 엮어 기본 지식·궁금증 풀어내

■ 세계사를 바꾼 맥주이야기┃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김수경 옮김. 사람과 나무사이 펴냄. 413쪽. 2만원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맥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맞서 개혁의 기치를 올린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루터는 '95개 논제' 건으로 제국회의에 소환됐는데, 배짱이 두둑하고 담력이 센 그도 이때만큼은 긴장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신교도인 루터의 비서가 진한 아인베크 맥주가 가득 든 1리터들이 도기의 맥주잔을 들고 나타났다. 벌컥벌컥 맥주를 모두 들이켠 루터는 술 기운을 빌려 격정적인 연설과 뚝심 있는 행동을 이어나갔다. 이는 유럽 종교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의 저자 무라카미 미쓰루는 산토리에 입사한 후 독일과 덴마크에서 맥주제조과정을 배워 귀국 후 맥주제조에 전념했고, 회사의 간부로 승진해 맥주 생산과 연구를 담당했다.

오랜시간 맥주 제조를 가르치고 여러 매체에 맥주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그는 이번 책에서 달콤 쌉싸름한 맛과 시원한 거품으로 사람을 매혹하는 맥주의 역사와 종교·문화·전쟁·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틴 루터를 도와 종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맥주 이야기 외에도 책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스의 정치 도구로 전락해 세계사를 뒤흔든 맥주 이야기, '신도 포기한 땅'인 남부 메소포타미아가 문명 발상지이자 맥주의 발상지가 된 원인, 맥주 양조에 유독 열을 올린 파울라너 수도원 수도사들, 영국 에일의 위상을 추락시킨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 맥주잔이 도기에서 유리로 바뀌며 '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된 이야기까지 맥주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남유하 지음. 구픽 펴냄. 248쪽. 1만5천원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지난 2022~2023년, 호러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서는 이러한 호러 소설의 판매는 현 시대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출판계의 소식을 인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파묘'가 1천만 관객을 넘겼다. 호러 장르의 돌풍이 거세다.

"나는 에일리언을 보며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나는 에일리언만을 바라보며 굳은 사랑을 지켜왔다." 남유하 작가는 호러 마니아이자 다양한 호러와 SF 소설을 발표하며 확고한 장르소설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작가는 '어떻게 하면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밌을 만한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호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까'란 고민으로 이번 책을 써냈다.

신간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는 소위 진입 장벽이 높다고 일컬어지는 호러 장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작가가 많은 공을 들인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형식처럼 작가는 실제 이야기와 호러를 절묘하게 엮은 초반부 에세이부터 실제 호러 작가로서 고충, 호러에 대한 기본 지식들, 호러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풀어낸다.

또 국가별 호러의 특징과 취향이 드러나는 추천작 소개, 작가의 미발표 단편까지 얇고 가볍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알찬 호러 선물 세트를 표방한다.

'쓰고 보니 블랙코미디에 가까워졌다'고 말한 작가의 솔직하고 유쾌한 책은 호러 문외한들에게 호러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계기를, 호러 마니아에겐 척박한 호러 장르 시장의 단비처럼 독자를 끌어들인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