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임대인 '공범 여부' 파악 중
해외 도피 '이씨' 신병 확보 요원
지지부진하자 "편성 확대" 목소리

"제대로 처벌 받지 못할까 걱정"


news-p.v1_.20240401_.89d8c5c2178e4b9cadca789b0b40ac87_p1_.jpg
전세사기 수사 편성 확대 요구 받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경인일보DB

수백억대 깡통주택을 양산해 전세사기를 벌인 '수원 전세사기 일당'(4월 17일자 1면 보도=143가구 평균 전세가율 96.2%… 수원 사기일당 '깡통' 양산)에 대한 경찰 수사가 수개월째 공전하면서 피해 임차인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범행 추정액이 나날이 불어나는데도 일당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한 데다, 해외 도피 중인 피의자는 기약 없는 수사중지 처분으로 신병 확보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25일 수원시 권선구 임차인 A(28)씨는 취재진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8월 임대인 이모(40대)씨를 대상으로 한 70억원대 집단 고소인 중 한 명이다. 이미 별건의 전세사기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씨는 A씨 등의 추가 고소 접수 직전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도주 중이다.

그는 "수사가 장기화하든 말든 일상의 어려움이 더 커지지는 않는다. 이미 충분히 나락에 빠진 심경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수사가 늘어져 증거나 증인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나중에라도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결과로 돌아온다면 마음이 다시 착잡해질 것 같다"고 했다.

이씨 사건을 접수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사 착수 8개월 만인 지난달 말 '수시중지' 처분을 내렸다. 수사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으로 수사가 불가능할 때 내려지는 조치로, 신병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씨 뿐만 아니라 일당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대한 수사도 답보상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씨가 18억원대 전세사기로 이미 법정 구속된 동업자 강모(40대)씨와 함께 조직적 전세사기의 총책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이씨·강씨는 명의만을 빌린 '바지 임대인'들을 다수 동원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경찰이 입건한 바지 임대인은 3명에 불과한 반면 대책위가 피해자들을 통해 접수한 임대인들은 13명으로 차이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물망에 오른 임대인들이 단순 명의 대여자인지 공범인지 등을 두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 편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껏 일선 경찰서에서만 수사를 맡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피해 추정액 800억원대에 달했던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수사와 대조적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사건 공론화 직후부터 경찰서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수사를 주도했고, 두 달여 만에 일가족을 검찰에 송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미 이씨·강씨 등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부터 고소가 다수 접수됐는데 상대적으로 소액이란 이유로 조명받지 못했고, 같은 피해인데도 수사 진척이 크게 차이가 났다"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무기력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피해 임차인들의 불신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핵심 피의자로 특정되는 인물들이 이미 구속돼 있거나 해외 인터폴 추적 중이기 때문에, 지난해 갑작스레 신속하고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했던 상황과는 다른 경우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산·김지원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