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규제 불필요… 특정부지 사업 적합도 따라야


이격거리 완화땐 무분별 설치
외지인 동의 과정 공동체 파괴


0059.jpg
태양광 패널의 무분별한 설치를 막기 위해 생긴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친환경 발전을 위해 폐지하자는 의견과 농지 보호를 위해 유지하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경기도내 한 고속도로 진출부 램프 구간과 인근 부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2024.5.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태양광 설비 보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무분별한 설치로 과거 비수도권에서 나타난 농촌파괴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격거리 폐지 등의 규제 완화와 함께 환경 훼손을 막고 개별 부지 상황에 맞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격거리는 거주지나 도로 등으로부터 태양광 설치를 위해 떼어놓아야 하는 거리를 말한다. 과거 전라남도 등 비수도권 농촌 지역에 무분별하게 태양광 패널이 들어오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생겨났다. 외지인이 산지와 농지 등을 훼손하는가 하면 주민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농촌공동체가 파괴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 장흥군 유치면 봉덕2구의 한 산촌마을은 지난 2018년부터 10곳(면적 5만6천92㎡)이 태양광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현재 일부 가동 중이다. 시설 인근에 위치한 덕리마을 주민 박은자(56)씨는 "산을 깎아 태양광 시설이 들어왔는데, 시설 인근에 사는 덕리마을 주민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다른 마을 주민들은 본인 문제가 아니라 관망하다 보니 마을 내 갈등이 점차 커졌다"고 했다.

도내 지자체 역시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되면 태양광 설비가 무분별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격거리 규제가 있는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땅값이 저렴해 규제가 한 번에 풀리면 도로 옆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설비가 우후죽순 설치될 가능성이 커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선 산지에 들어서는 태양광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에 과거와 달리 개발된 땅을 중심으로 설비가 들어서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 이격거리처럼 모든 부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는 실제 사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 정도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대응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 최재빈 연구원은 "산지 태양광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현재는 농지나 건물 위 등 이미 개발된 땅 위에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환경파괴 가능성도 낮다"며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선 특정 부지에 사업이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게 맞고, 이격거리처럼 일괄적으로 일정 거리를 떨어뜨리는 식의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