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도정 참여 취지로 도입
정작 투표 참여하는 도민은 없고
공공기관 직원이나 지인 대부분
과열경쟁 탓에 행정력 낭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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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전경. /경인일보DB

경기도가 공공기관의 평가를 경기도민들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책임계약'을 놓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공공기관이 도민들에게 직접 평가를 받음으로써 도민들의 경기도정 참여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관들의 과열경쟁 탓에 유명무실한 '동원투표'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는 지난 16일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GH)·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기관 4곳의 책임계약 사업에 대한 온·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2월 이들 4개 기관을 '책임형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책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책임계약은 경기도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도민 체감형 사업을 제안하고 도민에게 직접 평가받게 한다는 취지다.

우수한 성과를 낸 공공기관에는 기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특별증원 혜택은 물론 도지사 기관 표창 등도 부여된다.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투표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투표 참여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보니 정작 투표 참여자는 일반 도민이 아니라 공공기관 직원들이나 그들의 부탁을 받은 지인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각 공공기관은 내부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함은 물론, 부서별 목표치를 수립하고 소속기관 관련 홈페이지 회원가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투표 참여를 홍보중이다.

이 같은 실적은 온라인투표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돼 순위가 매겨져,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작 도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진다. 책임계약 평가 시행 첫 주(16~21일) 기준 투표 참여자는 하루 1천900여명에서 2천여명에 불과한데, 한 사람이 하루 1회씩 출석 도장을 찍듯 21회 투표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해당 기관 내부에서도 불만이 상당한 상태다. 한 기관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한계치에 달한 상황에서 기관 증원을 인기투표로 정하고, 여기에 또다시 직원들이 동원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도 입장에선 경기도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도민에게 알리고,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도민 참여 사업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한다.

도민이 직접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투표가 최적의 형태라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온라인투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평가 결과 등을 종합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이 보완될 것"이라며 "직원들이 소속 기관의 사업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한 홍보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