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수회담 한 번으로 경색된 정국이 일거에 풀리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의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정국은 더욱 꼬일 수 있다. 과거 대통령과 야당 총재와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경우도 있지만 회담 이후 오히려 경색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장 이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치적 쟁점이 아닌 민생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의·정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여야의 영수가 대안을 낸다면 의료계도 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물가와 경제위기 등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모습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사안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도 민감한 문제다.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일단 만나서 폭넓게 대화를 해보자는 야당 대표의 제안으로 영수회담이 이뤄진 만큼 이 문제들이 영수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방침만 고수한다면 영수회담은 아무런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이 대표도 첫 번째 회담에서 모든 걸 받아내겠다는 자세로 밀어붙인다면 협치의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재 여권이 처한 현실적 위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이 대표 역시 압도적 의석의 수장으로서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생각으로 대안을 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강경 자세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방식과 당정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총리 인선에 대해서도 야당 대표와 논의함으로써 실질적인 협치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석 구도를 감안한다면 집권세력으로서는 야당을 사실상의 거국내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