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컴퓨터·책상은 '공동 사용'
인천 전교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
사례 1. 인천 연수구 한 공립유치원 교사 A씨는 수업 자료 준비 등 업무를 하고 싶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업무용 컴퓨터와 책상이 개별로 제공되지 않아 다른 교사와 함께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유치원 교사는 20명이 넘는데, 업무 공간은 작은 교무실 1개뿐이라 문 앞까지 책상을 둬야 할 정도다. 이마저도 유아용 책상과 의자라서 교사들은 허리 통증과 목 디스크를 달고 산다고 토로한다.
사례 2. 교사 B씨가 근무 중인 인천 서구 한 공립유치원은 교실 3개, 교무실 1개 등 4개 공간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교무실 절반은 유아용 화장실로 개조돼 교사 8명이 사무실의 나머지 비좁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개인 소지품은 물론 업무 자료를 놓을 곳도 없다. 또 유아용 화장실은 안전 문제로 개방된 구조인데, 성인용 화장실이 따로 없어 교사들은 유아용 변기에서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은 채 용변을 봐야 하는 처지다.
인천지역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는 유아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유치원지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인천 공립유치원 교사 근무 환경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56명 중 성인용 책상·의자를 사용한다고 답한 교사는 66명(42.3%)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유치원에 남녀 성인용 변기가 충분히 설치돼 있다고 답한 교사는 36명(23.1%)에 불과했다.
책상과 컴퓨터를 단독으로 사용한다고 답한 교사는 107명(68.6%)에 그쳤다.
공립유치원 교사 3명 중 1명은 다른 교사들과 시간대를 나누어 1대의 책상과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응답자 중 68명(43.6%)은 학부모 상담 시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유휴 공간이 없다고 했으며, 개인 사물함이 있는 교사는 54명(34.6%)뿐이었다.
유치원 교사 B씨는 "항상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을지만 생각했지, 근무 환경은 이미 익숙해져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하면서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정말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29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립유치원 교사 개별 업무 책상·컴퓨터 제공 ▲상담·휴식에 이용할 수 있는 유휴 교실 조사 ▲성인용 책상·의자·변기·세면대 설치 상황 조사 ▲단설유치원 주차시설 개선 방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유치원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인권 침해 수준으로 심각하다"며 "이제라도 인천시교육청은 일하고 싶은 유치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치원이 되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