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블랙데이' 대규모 집회
양대 노조 집결, 정부 대책 촉구
희생자 추모… 전국서 '검은 옷'
"공무원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29일 오후, 초여름 기운이 감도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검은옷 차림을 한 공무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하나둘 모여 아스팔트 바닥에 앉았다. '좌표찍기'에 따른 민원폭주에 시달리던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동료 공무원들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날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를 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공무원 양대노조는 "갈수록 심화하는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악성 민원은 범죄라는 대국민 인식 전환과 함께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젊은 동료 공무원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국가보훈부 소속 황보영 주무관은 민원인을 상대하며 폭언을 겪은 일을 이야기한 후 "악성 민원은 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공직사회에는 빠른 구성원 이탈이라는 문제를 남긴다"며 "더는 악성 민원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고통받는 공무원 노동자를 구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장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공무원들도 '공무원 블랙데이'로 정한 이날 숨진 공무원에 대한 추모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마음을 담아 검은색 차림으로 일터에 나섰다. 과천을 비롯해 부산, 광주 등 전국 광역·기초 곳곳의 지자체 공무원들은 각자 자리에서 이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거리 행진에 나선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 대책 즉각 마련', '공무원 노동자 생존권 보장', '공무원 정원 확대 즉시 시행'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악성 민원은 공무원 노동자를 향한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라는 것을 더는 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이들을 향한 무분별한 악성 민원을 방치하지 말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