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발언듣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문 없이 끝났다. 여야 협치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적 기대에 한참 못미친 결과다. 다만 양측 모두 협치를 위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원칙엔 공감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회담의 내용이나, 양측의 회담 평가를 종합하면 향후 소통을 이어가더라도 민생과 국가를 위한 협치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모두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채 해병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가족(김건희 여사) 의혹 정리를 요구했다. 과도한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고 정권의 독재화를 우려했다.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압박했다. 의제와 관계없이 만나자 해놓고, 대통령의 국정 전반을 지적하고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직설적인 태도는 총선 압승 덕분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쏟아낸 요구와 비판을 총선 민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권력을 장악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정의 파트너로서 협치의 의지와 원칙을 먼저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면전에서 행정 수반인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태도는 향후 민주당의 국회 독주 예고편 같았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논란의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재처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을 말없이 경청하고, 비공개회담에서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총선 참패라는 현실에 따라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인정하는 태도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요구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지속적인 회담에 의미를 두었다.

이날 회담에서 대통령과 이 대표는 총선 이후 국정과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탐색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 탓에 의료개혁, 연금개혁에 대한 원칙적 협력 외에 중요한 민생현안들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입법 지원이 필요한 경제분야 국가 의제들도 빠졌다. 그나마 계속 만남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성과다. 다음 만남부터는 입법 의견을 조율할 구체적인 국가사무와 민생현안을 의제로 확정해 행정·입법이 실무적인 협치 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회담이 정략적인 인내와 과시로 정치적 목적 달성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