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모(74)씨는 유급휴일이자 ‘노동절’인 1일에 쉬지 못한다. 10년 가까이 수원지역 아파트 여러 곳의 경비원 생활을 해오면서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30일 만난 이씨는 “(노동절에) 직장인들이 쉬는 건 알지만, 늘상 일을 해왔기에 나와는 별개의 일이고 휴일수당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아파트 경비원 숫자도 줄어드는 마당에 일을 그만두라는 소리가 돌아올까봐 그런(수당 관련) 얘기조차 꺼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 아파트는 지난해 24시간씩 2교대 근무하는 인원을 조당 7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김씨의 관리동은 4개(기존 2개)로 늘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일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유급휴일인 노동절에 쉬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동관계법상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개인사업자’는 물론,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나 제 목소리를 쉽사리 내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와 같이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대표적이다.
양주시의 한 건설자재 보관 창고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카마(33·가명)씨도 1일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선다. 이곳에 와 일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철파이프와 대형 형틀 등을 나르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져 다친 것만 세 번째다. 그는 “지난주 허리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주사도 맞았는데,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을 거면 집에 가라’고 해서 다시 (공장으로) 갔다”며 “플라스틱 포장 같은 곳으로 (일터를) 옮기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 23~24일 직장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명 중 1명(24.3%)꼴로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중 41.3%가 출근한다고 답한 반면, 대기업 종사자 중 14.9%는 출근한다고 답해 규모별 편차가 두드러졌다.
노동단체들은 바뀌지 않는 노동 현실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이번 노동절을 기점으로 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1일 전국 각지에서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고 노동기본권 쟁취·최저임금 인상 및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8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이주노동자의 일터 변경을 막는 ‘고용허가제’ 철폐를 골자로 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