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이준석 '4년 중임' 개헌 의지
'대통령제 변경이 해법' 본질 파악 못한 것
의회·행정부 교착 푸는 내각제 고려할 때
협치·연정이 필수… 현재 결함 보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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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제22대 총선에서의 여당 참패(여당 108석, 야권연합 192석)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21대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참패는 야당으로서 패배한 선거였다. 한국 의정 사상 여당이 패배한 선거 자체가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꼽는 선거가 2000년 김대중 정권 때의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패배를 꼽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국민의힘 참패와 비견되기 어렵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이었다. 자유민주연합이 17석이었기 때문이다.

1987 체제를 마감하기 위한 개헌에 대한 당위성은 늘 강조돼 왔고 유력 대권주자나 대선후보들도 공언해왔다. 그러나 정치적 변수와 여야의 정쟁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개헌 논의는 탄력을 받을 수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개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5·18 민주화 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며 지방자치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의 개헌에 도움이 된다면 필요한 만큼의 임기 단축을 수용하겠다"고 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육아친화, 지방분권, 탄소 중립, 과학기술, 평화공존, 국민소환제' 등을 제시했다. 개혁신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밖에도 '국무총리 지명 단계부터 국회와 협의 의무화' '대통령 사면 대상과 기간 제한'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87체제의 종료에 긴요한 내용은 권력구조 변경을 통한 명실상부한 제7공화국의 출범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권력형태의 변경이라고 하지만 과연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해답인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적대적 여야 관계, 협치와 소통의 상실, 정치실종, 고착화된 대결 정치의 원인이 대통령의 5년 단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소치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단지 4년 중임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의 소산이 '대통령 4년 중임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출현한 여소야대는 이후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여야관계의 적대가 일상이 된 상태에서 국정의 교착은 불가피하다. 야당의 단독 법안 통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공식처럼 굳어진다면 더 이상 정치는 작동 불가능하다. 대통령을 둘러싼 '소용돌이의 정치'는 대선 때마다 진영으로 나뉘어져 증오와 저주를 확대재생산한다. 게다가 여당은 국회에 속하면서도 정부와 집권세력을 형성하는 모순적 관계속에서 여야의 협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통령제와는 권력운용의 방식도 다르고 연원과 역사적 배경도 달라서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내각제로의 개헌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대체로 차기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 대통령제는 국회의원을 내각에 기용할 수 있는 내각제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대통령제의 원리인 입법과 행정부의 상호 견제 원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무총리의 국회 동의 역시 내각제적 요소이다. 또 야당이 추구하는 개헌 내용에 국무총리를 국회와 협의해서 정한다는 내용도 있다. 결국 여소야대에서 오는 의회와 행정부의 교착을 푸는 길은 협치와 연정을 필수요건으로 하는 내각제로의 개헌이다.

내각제 역시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당정치의 수준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가의 회의적 시각, 제2공화국의 무능한 내각제 정부가 쿠데타로 무너진 경험, 전통적으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인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의회와 행정부의 융합을 기본으로 하는 내각제는 여야의 협치가 필수인 만큼 진영정치도 완화할 수 있다. 현재의 대통령제의 치명적 결함을 보완하자고 하는 개헌의 중심은 역시 권력구조의 변경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모순들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협치와 연정을 내용으로 하는 내각제 개헌을 통하여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