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결과 의견 분분하지만
분명한건 민심은 무섭다는 것
여·야든 다수·소수당이든
목표 향해 나아가는게 중요
자주 되돌아보는 지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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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끝도 없이 넓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걸 보면 어떤 면에서는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그 넓은 곳 어디에 어떤 물고기가 있는 줄을 알고 그물로 척척 물고기를 잡아낼까요. 물론 여러 데이터가 쌓이고, 어군탐지기 같은 장비가 발달하면서 그 도움을 받은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건 신기한 거지요.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배 두 척이 양쪽에서 그물을 끌고 다니며 그물 안에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방법도 있고, 그물을 설치해 놓고 있다가 물고기가 그물 위를 지나가는 순간 들어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조금 어이없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유자망(流刺網)이라는 그물로 잡는 방법인데요. 유자망은 수면에서 바닥을 향해 수직으로 그물을 펼쳐 놓은 다음 조류에 따라 흐르는 물고기들이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잡는 어법을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미끼도 끼지 않은 낚시바늘을 드리워 놓고 물고기가 물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런 어이없는 방법으로도 물고기가 잡힌다는 게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요. 유자망 어법은 물고기들의 성질을 잘 분석한 어로법이라고 합니다. 바로 물고기들의 직진하려는 본능을 이용한 것인데요. 어떤 물고기는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옆으로 돌아가거나 뒤로 후진하지 않고 앞으로 맹렬히 돌진함으로써 이겨내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물코에 더욱 깊숙이 꽂혀 오히려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가두어버리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꽁치, 오징어, 멸치 등이 이런 방법으로 잡는 대표적인 어종입니다.

혹시 이런 얘기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곰을 잡을 때 커다란 돌을 높은 곳에 매달고 돌에 꿀을 발라 놓습니다. 꿀 냄새를 맡은 곰이 돌을 건드리게 되면 충격을 받은 돌이 그 충격만큼의 힘으로 되돌아와서 곰을 친다는 것이지요. 돌에 맞은 곰이 화가 나서 더 세게 돌을 치면 돌은 더 큰 힘으로 되돌아와 곰을 때리게 되고 결국 제풀에 쓰러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이나 사람들 사이에 우스갯 소리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힘으로 모든 걸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맞서다가 망하게 되는 사례를 곰에 빗대 비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장애물도 넘어설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방향이, 그 목표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그물코 속으로 계속 전진하는 물고기나 되돌아올 돌을 더 세게 두드리는 곰이나 같은 신세가 되지 않을까요.

일본에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도 조금 있고 사회생활 경험도 많은 아저씨들이 신청자와 동행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신청자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고민도 상담해 주고, 쇼핑도 같이 해주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80% 정도는 놀랍게도 젊은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저씨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감정에 너무 몰입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과 무관한 타인이기 때문에 때로는 아주 객관적으로 때로는 아주 엄혹하게 충고를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왜 이런 서비스가 생겨난 걸까요. 제 생각에는 직진 본능과 그것을 맹목적으로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추종 본능에 대한 경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 주기를 바라지요.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나 가족관계에서는 섣불리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 지점을 파고든 것이 바로 아저씨 대여 서비스인 것이지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결과에 대해 분석하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심은 무섭다는 것 아닐까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직진 본능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혹시나 방향이 맞는지 자주 되돌아보고 민심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