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매번 반복된 부정선거 의혹의 역사


사전투표 도입된 21대 총선때 확산
정치권·미디어의 개입 위험성 경고
패배한 후보의 '불복'이 주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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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표 도입·투표함 CCTV 운영 등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매 선거마다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지만, 반복되는 부정선거 의혹은 피할 수 없었다. 사진은 지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에 유권자가 수원시내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경인일보DB

매 선거마다 어김없이 반복된 부정선거 의혹과 음모론은 오히려 투표가 다양화되거나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목소리를 키웠다.

거의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신 여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 등 의혹의 파급을 높일 대상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입소문으로 돌던 부정선거 의혹이 처음 정치권까지 번진 사건은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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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승리를 거둔 16대 대선은 충북 단양에서 43표, 서울 용산구의 88표, 동두천시의 621표 차이 등 다수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초박빙 승부가 진행됐다.

'개표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촉발된 계기는 한 익명의 인터넷 게시글 때문이다. 스스로를 '국가정보원 17년차 중견간부'라 소개한 이는 양심선언을 한다며 "개표 조작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작성했고 이회창 팬클럽을 위주로 빠르게 의혹이 전파됐다.

결국 당시 한나라당도 동조하면서 당대표가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 재검토까지 진행했지만, 선거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글 작성자 역시 사칭이며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돼 실형까지 받았다.

2014년 도입된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대대적 의혹이 제기된 건 2020년 21대 총선이다. 민주당이 180석 이상 대승을 거둔 21대 총선은 선거 전부터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진보 세력에 의해) 조작될 위험이 있으니 선거 당일에 투표하라"는 주장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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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총선 사전투표 조작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건 등 3건에 대해 중앙선관위원장에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패배하자 황교안, 민경욱 등 승복하지 못한 후보들이 사전투표 위주의 부정선거 의혹과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21대 총선에선 총 126건 선거소송이 제기된 반면 모두 혐의 없음 처리된 바 있다.

'선거의 나라'라고 불리는 미국 역시 부정선거 의혹은 증폭 중이다. 2004년 조지 W. 부시의 재선 당시 민주당은 "(특정 세력이) 전자 투표함을 해킹해 부시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제기했고, 가장 최근인 2020년 대선에선 패배한 트럼프가 "우편투표는 사기다"라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수십 건의 선거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미디어의 의혹 제기 위험성을 경고했다. 영향력이 높은 대상의 근거 없는 단순 의혹 전달이 선거 불신으로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혹 반복의 근본적 원인은 진영 논리가 현재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령 사전투표 제도 자체,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정치권의 진영논리에 계속 덮이면서 불신이 발생했는데, (제도가 정착하며) 이번 투표에선 의혹에 대한 여론의 호응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선거 개표소에는 정당별 4~8명 정도의 개표 참관인을 파견하도록 한다. 현장에서 양당을 중심으로 각 당의 참관인이 합의하지 않으면 개표 절차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부정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의혹 제기 주인공 다수는 패배한 후보다. 충분한 근거 대신 불복을 위한 의혹 제기가 주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튜버들도 선거 결과보다는 (자신들의)영향력과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분석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