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관련 병원 스케치 (15)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 의사들의 휴진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게시돼 있다. 2024.4.30/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번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의대 증원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오늘 새 의사협회장을 받아들이는 의료계 역시 대응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의협회장은 증원은 고사하고 현재의 의대 정원을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고, 의료계는 강경파 의협 새 지도부를 앞세우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난 30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일부 교수들의 자체 휴진이 걱정했던 것만큼 큰 혼란을 불러오진 않았다는 점이다. 교수들의 휴진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들은 예약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이어갔다.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도 미리 환자들과 진료 및 수술 일정을 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인천지역 대학병원들에서도 대부분 정상진료가 이뤄졌다. 하지만 나머지 '빅5' 병원들과 일부 지역 대학병원들의 휴진이 이번 달에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진료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휴진일수를 늘리는 것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위기경보는 여전한 상태다.

총선이 끝나면 그래도 뭔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뒤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년도 의대 입학 정원의 자율적 조정 허용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의정 갈등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질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국민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다 접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괜찮은 전술도 아니고, 신묘한 방책일 수도 없다.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법원에 낸 의대 증원 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된 마당이다. 의료계의 '대응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깊어진 의정 갈등 속에서 직접적인 진료 차질과 함께 환자와 그 가족이 갖는 불안감,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갖는 피로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혼란의 책임과 대가를 이번 총선을 통해 이미 뼈가 아플 만큼 치렀다. 탄핵과 개헌 저지선이 위협받았을 정도였지 않았나. 이제는 의료계의 차례다. 멀리 보고, 넓게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