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2일 오후 3시 인천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특강했다. 2024.05.02 / 박현주기자phj@kyeongin.com
국민의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2일 오후 3시 인천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특강했다. 2024.05.02 / 박현주기자phj@kyeongin.com

“보수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개혁 보수는 ‘따뜻한 보수’를 지향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2일 오후 인천대학교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청년의 미래와 정치’를 주제로 열린 법학부 전공 진로특강에서 보수 재건 방향을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보수 진영에서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 위기 때마다 ‘역할론’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보수 진영을 재건할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승민 전 의원은 따뜻한 보수가 기득권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사회에 어려운 중산층, 서민을 위한 대중정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진보가 전유물로 생각하는 정의, 평등 등 헌법가치를 보수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왜 평등을 말하지 않느냐”며 반문하면서 “일례로 대통령 부인이든 9급 공무원 부인이든 디올백을 받으면 똑같이 처벌하는 게 평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보수의 정체성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론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끝났다”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중요하지만, 이 가치가 적용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우리 모든 사회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원인으로 보수 정당이 안고 있는 철학과 정책 노선의 한계를 지목했다. 보수 정당의 기조가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국민의힘이 2016년, 2020년에 이어 이번 선거까지 총선에서 3번 연달아 졌다는 점에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잘못으로만 패배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를 ‘폭망’(폭삭망하다)으로 표현하면서 “정당 소멸의 길을 걷거나 진짜 살아남기 위해 바닥, 근본 사고 방식부터 바꾸거나 둘 중 하나만 남았다”며 “소통을 안해서 또는 자세가 안좋고, 스타일이 안좋아서가 아닌 보수의 본질이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사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때문에 선거에서 졌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정당이 생명령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양극단의 한국 정치 지형에 대해서는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의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편이면 부동산 투기를 해도 눈감아주고 은폐하고 비호해주는데 반대편에서 그러면 조그만 거 하나라도 다 들추고 고소·고발한다”며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 받은 잘못한 일을 국민의힘이 감싸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인이 카드 잘못 쓴 것 가지고는 누구하고 무엇을 먹었느냐고 따진다”고 비판했다.

상대 진영인 민주당에 대해서는 “실력 하나 없고 문제도 해결 못하는 진보”라며 “시대를 앞서나가는 가치를 제시하고 먼저 모험적으로 던지는 게 진보인데 민주당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국민의힘만 때려서 살아남았다”고 질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여야로 양극화된 진영 정치의 문제점으로 “시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만 집중하면서 사회 문제 등 각종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양쪽 편으로 갈라진 우리 정치에서 새로운 시대 문제를 해소할 능력을 찾아볼 수 없다”며 “‘낡은 보수’ ‘586 민주건달’이 그 자리 그대로 차지하고 이들만 잘 먹고 잘 사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거대 양당의 정당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정치의 중요성은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치가 시민 생활 전반에 맞닿아있다는 점을 들어 “여러분의 삶을 결정하는 게 정치”라며 “군 복무를 단축하는 것도 정치고, 담배 한 갑에 세금 얼마를 붙일지, 인천대를 국립대로 전환하고 예산을 얼마나 지원할지 결정하는 모든 것이 정치로 이뤄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