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등 29개국 75편 상영
‘디아스포라 학자’ 서경식 추모 프로그램 마련
객원 프로그래머 옥자연 배우·조해진 작가 참여
“끝나지 않는 폭력 속에서도 정체성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품들”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개막작을 비롯한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확정했습니다. 인천의 특성을 잘 담은 대표적 국제 규모 행사로 꼽히는 영화제죠.
‘디아스포라’란 말을 탄생시킨 유대인들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간 전쟁에서 벌어진 가자지구의 참상이 바로 오늘날의 세계입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메시지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한국 사회에 ‘디아스포라의 존재와 삶’을 일깨웠던 재일조선인 학자 고(故) 서경식(1951~2023) 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를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생전 서 교수는 영화제에 큰 애정을 갖고 해마다 방문했습니다.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전 세계 29개국 총 75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이 가운데 34편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작품입니다.
개막작은 이반 야그치 감독의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다’(There Was Nothing Here Before)가 선정됐습니다.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스위스 감독이 이스라엘 정착지로 이주한 소꿉친구를 찾은 이야기입니다. 우정과 정체성에 관한 정서적 탐구를 담고 있네요.
이반 야그치 감독은 오는 17일 오후 7시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영화제 개막식을 찾아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고로 이날 개막식 초대 가수는 장기하와 자우림의 김윤아입니다. 영화와 공연을 함께 즐기면 좋겠죠?
개막작을 포함한 ‘디아스포라 장편’ 프로그램은 니콜 치 아멘 감독의 ‘구이안’(코스타리카·중국), 박정미 감독의 ‘담요를 입은 사람’(한국), 아바스 아미니 감독의 ‘끝없는 국경선’(체코·독일) 등 국내외 작품 26편을 선보입니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거시적·미시적 폭력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품들로 장편 프로그램을 채웠다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습니다.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프로그램은 서경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펜데믹 때를 제외하곤 해마다 영화제를 찾아 도움을 줬습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선 서 교수가 선정한 작품들 상영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지난해 12월 서 교수가 별세하면서 그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신 서 교수가 생전 선정했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큐폴라가 있는 거리’ ‘제로니모’ 등을 상영하고 그의 뜻을 이어 가는 자리로 준비했습니다. 일본 NHK 수석 디렉터 가마쿠라 히데야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산자로 살다 - 서경식’도 볼 수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단편’ 섹션은 올해 출품작이 총 656편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네요. 이 가운데 ‘가라오케 스페이스 오디세이’ ‘미스김라일락’ 등 디아스포라의 삶에서 길어 올린 상상력을 담은 30편을 엄선했다고 합니다.
객원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는 ‘디아스포라의 눈’은 ‘조이랜드’와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정했습니다. 올해 객원 프로그래머는 다채로운 작품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 옥자연과 ‘로기완을 만났다’ 등을 집필한 조해진 작가입니다. 영화 상영 후 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화제의 블록버스터를 상영하는 ‘시네마 피크닉’, 이주민들이 시나리오 창작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영화 제작 워크숍 ‘영화, 소疎란LAN’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 6편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애관극장, 인천아트플랫폼, 한중문화관 등지에서 열립니다. 모든 상영 프로그램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요. 7일 오후 2시부터 작품별로 상영 시작 30분 전까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diaff.org)에서 예매할 수 있습니다. 상영 프로그램과 상영작 예매 정보 또한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요.
디아스포라영화제 이혁상 프로그래머의 소개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전통과 규범에 도전하는 실험적 작품부터 폭력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층위의 디아스포라 영화를 인천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