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급격한 증가로 '속도 조절'
작년보다 80% 넘게 줄여 4억 책정
신규 가게·업체 지정도 올해 중단
"성급한 판단" 인천 사업자들 난색

일정 기간 이상 가게·업체를 유지한 소상공인·소공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백년가게·백년소공인' 관련 예산이 올해 들어 대폭 삭감됐다. 인천지역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사이에서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백년가게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올해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지원 예산은 4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사업 예산(23억원)보다 80% 넘게 삭감된 것이다. 예산이 줄면서 매년 두 차례 선정하는 신규 가게·업체 지정도 올해 중단됐다.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지원사업은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8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다. 백년가게 사업은 운영한 지 30년이 넘은 소상공인과 소기업·중기업을 대상으로 지정해 온·오프라인 홍보, 판로 확대,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한다. 백년소공인 사업의 경우 업력 15년 이상인 제조업 기반 소기업 가운데 우수 업체를 선정해 판로 확대와 시설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인천에서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으로 지정된 곳은 각각 47개, 40개다.
인천지역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은 그동안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요식업 분야에서는 밀키트를 제작해 온라인 판매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 등 판로를 다양화했으며, 제조업체들도 자체 보유 기술을 활용해 해외 수출을 확대하는 등 자생력을 갖춘 기업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예산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의 성장세가 꺾일 위기에 놓였다. 백년가게·백년소공인이 급격하게 늘어나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게 중기부에서 예산을 삭감한 이유다. 하지만 예산을 1년 만에 급격하게 줄인 것에 대해 인천지역 자영업자·소공인 사이에서는 "성급한 판단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년소공인으로 지정된 인천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원사업을 통해 낙후된 설비를 교체하고 판매처를 늘릴 기회도 있었다"며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갑작스럽게 예산이 삭감돼 다음 계획을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백년가게협동조합 관계자는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백년가게·백년소공인들이 진행해오던 사업마다 타격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라며 "정부 결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영업자와 소공인들의 성과를 고려해 예산을 다시 늘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기부는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지원사업의 효과를 평가하면서 내년도 예산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는 정책의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결정돼 예산 삭감이 진행됐다"며 "내년에는 예산 규모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