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강화 범정부 종합대책 발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강화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악성 민원 예방에 관한 대책을 내놨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사망한 지 58일 만이다. 정부는 앞서 2022년에도 민원처리 법령을 개정해 민원 공무원에 대한 기관장의 보호 의무와 각 기관의 조치 등을 명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각 행정기관은 민원실에 CCTV와 비상벨, 안전 가림막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이행했다. 그러나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수위를 넘어선 악성 위법행위는 매년 4만~5만건씩 발생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외면받는 사이 귀중한 생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정부가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2%가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당수 국민이 민원 공무원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민원인이 전화로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 '좌표 찍기'를 막기 위해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명시된 공무원의 성명 등 개인정보는 기관별로 공개 범위를 조정하고 악성 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자체 종결 가능한 민원 대상을 확대한다. 민원 공무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인사상 혜택도 제공한다.

악성 민원 예방을 위해 이전보다 규정이 촘촘하게 보완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알맹이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별도의 인력과 예산 마련 등의 구체적 방안도 없다. 정부는 악성 민원에 대한 기관의 법적 대응을 '원칙'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장이나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문제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 대신 '검토'에만 그친 점은 아쉽다. 피해가 반복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이유다.

앞으로 민원인이 전화로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을 수 있다지만, 과연 악성 민원까지 끊어질까. 자칫 갈등만 더 부추기는 1회성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악성 민원 예방·대응책을 손질해야 한다. 더 이상 희생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전화를 받는 공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