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장악 우려
플랫폼 기업들 '자릿세'로 막대한 이득
자본주의 독점화 될수록 민주주의 위험
온라인 쇼핑몰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이용자는 1위 쿠팡 3천26만명, 2위 G마켓(옥션 포함) 835만명, 3위 알리익스프레스 807만명, 4위 11번가 745만명, 5위 테무 660만명, 6위 티몬 367만명 순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금년 1분기 월평균 이용자 수는 작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고, 테무는 진출 첫 달인 작년 8월 52만명에서 지난달 829만6천485명으로 16배 늘었다. 알리와 테무는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매출 3조원을 기록했다. 쿠팡 매출액(30조6천억원)의 10%이나 간과는 금물이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제재에 따른 돌파구로 중국 동해 연안의 막대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내륙지방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해서 초저가 상품 양산 및 새로운 수출 루트를 모색 중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국가로 물류시스템까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어 C커머스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시장규모는 227조원인데 JP모건은 2026년에는 3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교두보로 동남아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한국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K커머스와 C커머스의 대회전이 불가피하다.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된다. 지난해 폐업 신고한 온라인 유통업은 총 7만8천580곳으로 역대 최대인데 올해는 2월까지 두 달 동안에 폐업한 곳이 2만4천35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 늘었다. 폐업한 업체들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의류, 신발, 잡화 등을 들여와 웃돈을 받고 되파는 곳이다. 유통업계는 C커머스가 수년 안에 한국 유통시장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취약한 생활소비재 산업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국내 일자리의 94%를 점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위험반원에 들게 된다.
세계적으로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초고속 통신망이 깔렸으며 기술 및 벤처투자 과열 탓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플랫폼비즈니스에 투자자금이 대거 몰렸다. 코로나19 대유행기(2020∼2021)를 거치면서 글로벌 '언택트'(비대면) 소비도 보편화됐다. 덕분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처럼 엄청난 데이터를 독점하고 추출, 분석,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오늘날의 자본주의 이윤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행위자가 되었다.
기차, 버스 등의 승강장을 의미하는 플랫폼(platform)에는 많은 사람들과 이들을 상대하는 상점들이 몰려들어 자연스럽게 플랫폼(장터) 비즈니스가 형성된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포털사이트에 이용자 대상의 장터를 마련하고 입점 상인들에게서 자릿세와 광고비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즉석에서 다양한 경제거래를 할 수 있어 대문(포털)만 활짝 열어두면 된다.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은 금상첨화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단기간에 30대 기업집단에 진입한 비결이다. A. 슘페터가 언급한 '창조적 파괴'의 일환이다.
2040년에는 미국 전체 상장기업 이익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평론가인 마틴 울프는 역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독점지대를 추구하는 지대추구 자본주의 혹은 플랫폼자본주의가 출현했다고 분석했다.
자본주의란 사유재산제와 영리주의, 자유경쟁에 근거한 경제시스템이다. 장터자본주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독점화될수록 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 글로벌 유통혁명에 편승,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떼돈을 버는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경제에 독일까, 약일까?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