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전무송·이호재·박정자·손숙 등 연기 열정으로 뭉쳐
연출 손진책 "죽음의 미학 작품 매력… 철학적 고찰 담아내"
송승환도 9년만에 돌아온 희극 사수 극 '웃음의 대학'서 열연
1940년 배경 검열관역 맡아… 서현철·주민진·신주협 등 출연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이런 사람들하고 연극을 안하면 이 시대의 배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배우 이호재의 말처럼 실로 대단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극 '햄릿'은 60년 경력의 배우 전무송·이호재·박정자·손숙 등 전설적인 원로 배우들이 함께하며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긴 세월 만큼 깊은 연륜과 내공을 가진 이들이기에 고전이라는 무대 위에서 보여줄 연기에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는 것.
더불어 정동환·김성녀·길용우·남명렬·박지일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 배우들, 햄릿 역을 맡은 강필석·이승주 포함해 앞으로 연극계를 이끌어갈 젊은 배우들까지 합세했다.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무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손진책 연출은 "햄릿은 죽음이라는 것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데 그 죽음의 미학이 굉장히 매력적이다"며 "사는 것과 죽는 것에 경계가 없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이지 않을까, 인간이 어떻게 삶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연극을 해보려 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배우 강필석과 이승주가 각자 다른 스타일의 햄릿을 선보인다. 두 배우는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손 연출은 이 두 햄릿을 두고 "강필석 배우는 대사하는 파워나 정교함이 마치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이승주 배우는 슬픈 코러스의 음악 선율이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햄릿을 만들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 시즌 모두 참여한 배우 손숙은 "고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도 크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세계들이 있다"며 "햄릿은 보는 관점에 따라 많이 다르다. 스토리만 볼 수도 있고, 그 이면에 들어있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나 극에 나오는 모든 인간 군상들을 하나씩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햄릿'은 다음달 개막을 앞두고 있다. 큰 규모의 극장에서 3개월이라는 긴 기간 공연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박명성 프로듀서는 "흥행에 확신은 없지만, 작품과 배우들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연기로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었을 때 관객은 항상 들끓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공연 문화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9년 만에 돌아온 연극 '웃음의 대학'에서는 배우 인생 60년을 앞에 둔 배우 송승환이 열연한다.
작품은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았다.
웃음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여정을 통해 웃음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조망하는 작품에서 송승환은 배우 서현철과 함께 웃음을 불필요하다 여기는 검열관 역을 맡았다. 그에 맞서 웃음과 공연의 가치를 역설하는 작가 역은 배우 주민진과 신주협이 함께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