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피해 현행 최대 15년형 한계
大法 양형위,내년 3월 최종의결
1심법원, 이례적 개정 필요 언급
추가송치해도 형벌 불소급 원칙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조직적 사기죄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해 인천 등 전국에서 서민을 상대로 벌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 회의에서 심의한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에 대해 올해 하반기 형량 범위 등을 정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3월께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양형위는 이날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은 2011년 설정·시행된 이후 그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이스피싱 사기, 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심각한 사기 범행을 저질렀더라도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인 셈이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전세사기(잠정 피해액 약 550억원, 684가구)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헌기(62)씨도 지난 2월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부족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기죄 형량에 대한 개정 입법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남헌기 일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2월 남씨 일당에 대한 사건을 추가로 송치(2월29일자 6면 보도=건축왕 대상 경찰수사 확대… 인천경찰청, 피해자 680여 가구 사건 검찰송치)했고, 현재 여죄를 밝히고 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 관계자는 "추가 송치 시점은 정확히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최근에도 (남씨 일당) 관련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씨 일당에 대한 추가 송치가 이뤄지더라도 양형위원회가 이번에 심의한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은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남씨 등에게 개정된 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근(세입자114 운영위원장) 변호사는 "이번 양형위원회 논의는 앞으로 일어날 대규모 사기 범죄에 대한 예방책에 가깝다"며 "형량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3조 수준(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아져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