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민선8기 지자체 성공위해
민생이슈 선택해 시간·자원 집중
시대정신과 미래세대 고려한
지도자의 통찰력도 뒷받침돼야
지금은 행동하는 리더의 용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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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의 해'인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선거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매치로 벌어지는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세계정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앞서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정치를 은퇴하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직전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이 다시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미국 정치역사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재도전에 나서고 또 당선가능성도 높은 것은 그만큼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이 인기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사실 지난 4년 동안 바이든의 업적이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 상원에서 36년간 재직하면서 대표적인 외교통으로 이름이 났지만, 정작 대통령으로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현재 진행 중인 국제분쟁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또 잦은 실언과 활력 없는 모습으로 '슬리피 조'(sleepy Joe)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미국민 사이에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은 힘든 직업이다.

미국 역사학자 제레미 수리는 최근 '불가능한 대통령제'라는 책에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워싱턴, 링컨, 시어도어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에 비해서 케네디 이후의 20세기 후반의 대통령들이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수리는 국가에 중요한 소수의 핵심과제를 선택해서 거기에 대통령의 권력을 집중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이 나뉜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대통령들은 열심히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 같지만 그때그때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큰 그림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수리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다 관여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 조용히 생각할 시간부터 내라고 조언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 중요한 과제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너무 바빠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과제가 중요한 과제인지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이 가진 자원의 크기와 사회 각계각층의 요구사항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선택의 결과를 확실히 알기도 힘들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는 결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에 별세한 세계 외교의 대가인 헨리 키신저가 쓴 '리더십'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키신저는 리더의 핵심자질로 용기와 기질을 꼽는다. 그는 용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고, 기질은 그 선택으로 인한 이익과 위험이 불확실해 보이더라도 결정한 방향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수리가 말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키신저가 말한 용기와 기질 둘 다 필요하다. 리더의 핵심 자질은 선택하고 결단하는 능력이다.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고 모든 사람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원을 집중할지 결정하고 또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선출직 지도자의 숙명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의 성과를 내라고 유권자가 그 자리에 앉힌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시대와 장소와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지금 크게 곤란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나 이제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 이슈를 선택해서 시간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슈의 선택과 방향에는 시대정신과 미래세대를 고려한 지도자의 통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은 결단하고 행동하는 지도자의 용기와 기질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