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 다양한 방식의 삶
함께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해·평등관계
인권, 사회·사람 연결 중요한 고리
더 배우고 널리 퍼트리는게 필요

'동등한 주체로 바라보고 존중한다는 것'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명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린이·청소년은 동등한 주체로서 등장하지 못한 채 보호받아야 하는,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대학에 가면'이라는 말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구분되었다. 머리 스타일도, 복장도, 나이에 걸맞게, 학생처럼 해야 한다는 시선 속에서 어린이 청소년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 인권의 주체로 존중받지 못해왔다. 미성숙하기에 가르쳐주고,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서 위치 지어졌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면 '버르장머리 없다', '뭐가 될래?'라고 되묻는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 인권의 중요성이 제기되었다.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지금의 시민으로 존중받고 함께 살아갈 힘을 키우기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자 일부에서는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교육 현장이 무너질 것처럼 탄식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지만 나라는 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난 시간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져서 학교 현장이 엉망이 되고, 교권이 침해되었다고.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렸다. 정작 학교 현장을 엉망으로 만든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최근 충남과 서울시의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5월3일 학생인권조례 대신 '경기도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부칙에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명시되어 있다. 인권을 보장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 주체인 교육감, 지방의회가 오히려 앞장서서 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책임과 의무를 묻겠다는 시도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은 학생, 학부모, 교사를 학교 구성원으로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아닌 책임을 전가해야 할 객체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교육감 교육청의 역할은 희미해지고 학교 구성원들에게만 모든 책임이 전가된 꼴이다. 지난 9일에는 조례안 의견 청취를 하겠다는 토론회를 열었지만, 교육청 입맛에 맞는 토론자들만 초대되었다. 조례안뿐 아니라 제정하는 과정 자체도 민주적인 과정이 부재하다. 교육감, 교육청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해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평등한 관계 맺음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은 사람과 사람을, 사회와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이다.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서로 관계를 습득하는 학교 현장에서 인권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널리 이야기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