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고통 이해… 그림으로 위로와 희망 주고파"
전시준비중 무리 허리통증 걷지못해
수술후 거동… 평온 찾아 치유됐으면
'따뜻하고 친근한' 병원 분위기 소망

따스한 색감과 평안한 감정을 담은 추상화로 왕성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백영민(37) 작가는 최근 가천대 길병원에 자신이 그린 '치유(Fall in_Healing)'라는 제목의 작품을 기증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백 작가는 지난해 10월 개인전을 위한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왼쪽 다리를 절기 시작하더니 걷지도 못할 만큼 허리 통증이 심각해졌다고 한다. 허리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근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 작가는 "다시는 그림을 못 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고 아팠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100호가 넘는 대형 작품을 주로 그렸다"며 "그 큰 작품에 두터운 질감과 색감을 표현하고자 엄청 많은 터치를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수술받고 나서야 거동할 수 있었다. 백 작가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분들의 심정을 다 아는 건 아니겠지만, 제가 고통을 겪어 보니 그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환자분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림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애초 백 작가가 천착한 주제가 바로 희망, 감사함, 평안, 따뜻함 등의 감정이다. 보는 이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자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도리어 절망에 빠질 뻔했으니, 치유된 후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마침 백 작가가 2022년에 그린 작품 가운데 푸릇한 초록의 색감과 생명력 넘치는 선이 돋보이는 '치유(Fall in_Healing)'가 있었다.

백 작가는 "가천대 이길여 총장에게 편지를 써서 '저의 작품이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힘을 주길 바라며 병원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길 소망한다'고 전했다"며 "이길여 총장이 그림 기증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전시 위치까지 직접 선정했다는 얘길 들어 기쁘다"고 했다. 백 작가의 그림은 길병원 본관 2층에 걸렸다.
백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미술학(회화 전공) 석사 학위를 받고, 2022년 개인전 'Fall In', 2023년 개인전 'Calling'을 비롯해 2019년부터 개인전과 각종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직은 본격적인 작업보다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붓을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백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것들이 표현될지 기대하고 있다"며 "예전과는 분명 다른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온전히 회복해 다시 저의 작품을 보는 모든 이에게 치유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