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법 적용 최측근부터 해야"
국민 70% 찬성법 왜 거부만 하나
하늘 바라보고 민심 동향 살펴야
악행 멈추고 '민주주의 정치' 기대
1998년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가 만개하는 민족적 행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한 결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찬양받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런 민주주의를 성취한 위대한 우리 국민들의 힘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웨덴의 예테보리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는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여 공개하는 기관인데, 32개 우수한 민주주의 국가를 일등급 국가로 정해 놓았는데 대한민국은 2019년에 18위, 2022년에 28위로 1등국가 그룹에 포함되어 세계인의 찬양을 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1등급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7일 발표한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에 의하면 전체 순위 47위로 추락하여 32개 국에서 이탈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으니 이런 부끄러운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래서 이제 가장 수준이 낮은 42개 국가에 포함되어 이른바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나라에 소속되고 말았으니 이런 불행을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를 1점으로 정했을 때 한국은 겨우 0.6으로, 28위에서 47위로 큰 폭으로 추락되어 이제는 미개하고 부끄러운 반민주주의 국가로 떨어져 버렸다. 어떻게 얻어낸 민주주의이고 어떻게 얻어낸 선진국인가. 이제는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으니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고 싸워온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민주주의 대원칙은 법치국가여야 한다. 공정하고 공평한 법의 적용이 없는 한 민주국가라는 이름은 나올 수 없다. 법의 적용은 최측근부터 적용돼야 한다고 다산 정약용은 주장했다. 권력자의 측근들은 법의 적용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민주주의 국가인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없다. 민주주의는 3권의 분립부터 시작된다. 국회의 입법권을 깔아뭉개고 거부권만 행사하는데 3권이 분립된 나라라고 말이라도 하겠는가. 민족정기가 살아나야 국가의 정체성이 확립되는데, 민족정기는 말살하고 굴욕 굴종의 친일외교만 진행되는데 주체성이 있는 민주국가라고 말이라도 하겠는가.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다. 권력자는 민의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법률들을 왜 거부권만 행사하고 있는가. 그렇게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늘도 무섭게 여기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이름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 21세기의 이런 개명한 시대에 독재자들의 속성이 그대로 재현되는 정치가 지속되고 있는데, 감히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얼마나 민주주의에서 멀어진 나라이기에 세계의 하등 국가들인 42개 국가에 포함시켜 독재화의 정치가 진행되는 나라라고 공개할 수 있겠는가.
하늘을 바라보고 민심의 동향을 살펴야 한다. 권력은 유한하고 백성들은 영원하다. 독재로 권력이 연장된다고한들 5년을 넘을 수 없다. 설혹 같은 당이 다시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과거 정권의 악행을 눈감아 줄 수는 절대로 없다. 헌법정신을 위반하고 법을 어기는 행위들이 얼마나 잦은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 5년이 지나면 국민은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스웨덴 연구소의 부끄러움을 면하기 위해서도 그동안의 악행을 멈추고 민주주의에 합당한 정치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