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지역을 관통하는 산줄기 한북정맥이 허리가 끊긴 채 신음하고 있다. 한북정맥은 강원도 철원군 1·2 구간을 제외하고 포천(3구간)부터 파주(12구간)까지 경기도에 10개 구간 약 160㎞에 달한다. 한북정맥은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로 칭송받지만, 보전에 대한 관심은 개발 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인 포천 광덕고개는 산세를 잃은 지 오래다. 음식점 등 상업시설을 겸한 쉼터가 들어서 있다. 인근 공터에는 사유지를 알리는 경고문과 2m 높이의 녹슨 펜스가 발길을 막는다. 도성고개로 넘어가도 등산로는 막혀있다. 5년여 전 골프장이 들어선 뒤부터다. 산허리를 자르고 언제 산이었냐는 듯 완만하게 터를 잡고 성업 중이다. 한북정맥 내 골프장은 2014년 10곳에서 2020년 16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
경기도 끝 능선 구간인 파주 광명산도 훼손이 한창이다. 1990년대 신도시 개발 붐으로 건설용 모래와 자갈을 조달하면서 산허리 절반을 뜯어놓았다. 쓸모를 다한 현재는 절단면에 콘크리트 공장이 들어서 있고 덤프트럭이 모래바람을 날리며 오가기 바쁘다. 반대편을 보면 산업단지가, 저 멀리에는 운정신도시 신축 아파트 뷰다. 장엄한 산줄기는 온데간데없다. 동네 사람들이 자포자기 심정을 담아 이 산을 단명(短命)산이라 부르는 이유다.
경기도는 지난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는 경기북부 신도시 개발 붐으로 정맥 훼손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경기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복원사업에 나서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도의 역할은 예산 등에 가로막혀 훼손 현황과 보전 방안을 내놓은 것에 그쳤다. 도의 공언이 무위로 그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북정맥은 곳곳이 회복 불능 상황에 내몰렸다. 훼손 정도를 판가름하기도 어려운 복합훼손지가 8개소 거리로만 26.4㎞, 전체 산줄기의 16.5%에 달하는데 예산·사유지 재산 문제 등이 보전의 걸림돌이다.
산림청이 2020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북정맥의 환경적 가치는 연간 3조500억원에 달한다. 1회 방문할 때 얻는 가치로 환산하면 방문자 1인당 25만원이다. 정부 당국은 각 기관에 분산된 권한과 책임을 통합 일원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구속력 있는 법 규정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한북정맥 보전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