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씨가 탁자 치고 소리 지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검사는 단 한 번도 큰소리 낸 적 없어요. 이건 아셔야 합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14일 오후 3시께 징역 3년6개월을 구형받고 법원을 빠져나오면서 “재판을 받느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나 역시도 이화영 형이 잘되고 건강하길 바라는데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사태를 이렇게 만드느냐”며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그는 “5개월 동안 저를 조사한 수원지검 검사는 내내 고생하고 살이 다 빠져 뼈만 남았다. 정말 예의 바르고 품격 있고, 인간성이 대단하다고까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심진우) 심리로 열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도 “검찰 조사를 받는 입장이면서 거꾸로 말 한마디 못하게 하고, 법원 밖에서 사람들(이 전 부지사 지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기업이 이랬으면 수없이 공격받았을 것”이라며 “재판 밖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실제 재판 직전까지도 이 전 부지사는 ‘술판 회유 의혹’을 두고 검찰과 법정 밖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검찰이 언론 배포한 입장문에 허위사실이 담겼다며 수원지검과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수원지법 인근에서도 수원지검을 규탄하는 이 전 부지사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결심공판이 마무리되면서 쌍방을그룹 뇌물공여(수수)와 대북송금 혐의의 공범으로 연루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법정 내에서의 변론을 모두 마치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인해 법정 밖에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하고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8일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오는 6월 7일 선고기일을 앞두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에 징역형을 재판부에 요청하면서도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죄는 중하나,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뉘우치고 대북송금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여죄를 스스로 진술해 수사에 협조했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위해 노력한 사정, 현재 기업범죄 사건으로 추가 구형이 예정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구형 형량에 대해 취재진에 “변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제가 적거나 크다고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7월 1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