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백초월 스님이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 덧칠
칠성각에 90년간 보관된채 발견
임시정부 의정원 태극기와 비슷
2021년 국가보물로 지정
삼각산 진관사 계곡물은 고양 창릉천에 모여 행주산성 앞 한강으로 흐른다. 천년 전 진관사에 누가 머물렀을까? 고려 현종은 임금을 보살핀 진관 대사에게 국가 사찰인 진관사를 지어 보답한다. 그 후 태조 이성계는 조선 창업 때 죽임을 당한 고려 왕족과 신하들을 위해 국행수륙재를 봉행한다. 진관사 역사가 왕실의 역사와 버금간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과 어머니 원경왕후 민씨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만들어 거둥하였다.
삼각산 진관사 역사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5월15일은 세종 이도가 태어난 날이다. 만백성의 스승인 세종대왕 탄신일이 스승의 날이다. 올해는 부처님오신날과 세종대왕 탄신일이 겹쳤다. 세종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젊은 집현전 학사들에게 사가독서(賜暇讀書)제를 시행하였다. 1442년(세종 24) 성삼문·박팽년·이개·하위지·이석형·신숙주에게 삼각산 진관사에서 독서만 하도록 안식년을 주었다. 진관사 독서당이 한강변 동호 독서당과 남호 독서당의 시작이다.
마음의 정원인 진관사 해탈문을 지나니 삼각산 봉우리들이 대웅전 지붕에 내려앉은 듯하다. 탐스러운 함박꽃 작약 위로 오색 연등이 바람에 나부낀다. 연등과 연등 사이로 진관사 대웅전 현판이 보인다. 기록 속에 추사 김정희 글씨도 대웅전 현판에 있었다. 대웅전은 아쉽게도 한국전쟁 때 불탄 후 새로운 현판으로 바뀌었다. 진관사의 수많은 건물에서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곳이 진관사 칠성각(七星閣)이다. 칠성각은 우리나라 민간에서 칠성신을 모시는 공간이다. 재물과 재능을 기원하고 자식의 안녕을 빌고 풍년도 기원하는 곳이다.
그런데 진관사 칠성각에 90년간 보관된 비밀 속 태극기가 발견되었다. 일제강점기 백초월 스님이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덧칠하여 그렸다. 진관사 칠성각 속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2009년 5월26일 칠성각 해체 보수공사 중 낡은 천 보따리가 칠성탱화와 벽지 속에서 나왔다. 보따리 속 태극기에 독립신문, 신대한 창간호, 자유신종보(불교계 독립신문) 등 6종 21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백초월 스님이 일제강점기 동안 목숨을 걸고 지켜온 것이다. 건(乾)·곤(坤)·감(坎)·리(離) 태극기 4괘는 하늘·땅·물·불로 우주를 표현한 것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태극기와 비슷하다. 2021년 10월25일 진관사 태극기와 함께 국가 보물이 되었다.
'삼각산 마루에 새벽빗 비쵤제/ 네 보앗냐 보아 그리던 태극기를
네가 보앗나냐 죽온줄 알았던/ 우리 태극기를 오늘 다시 보앗네'.
독립신문 제30호에 실린 '태극기' 시도 나왔다. 올해는 백초월 스님 순국 80주년이 되는 해다. 진관사 태극기 따라 백초월길 걸으며 역사·문화·생태까지 온몸으로 느껴보면 어떨까. 진관사 칠성각 태극기 보러 함께 떠날까요.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