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열기 등에 업고… "다시 깨운 '내 안의 로큰롤'"
1980년대 인천 활동… 콘테스트서 우수상 받기도
"정식 공연 30년만… 오랜만에 한 합주 다 기억나"
인천에서 대중음악, 더 구체적으로 록 음악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을까. 많은 이가 인천 록 음악 씬(Scene)이 살아 있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 동안을 두말없이 꼽는다.
그 시절 동인천, 제물포역과 주안역, 관교동(인천문화예술회관 인근 지역)을 누비던 록 밴드들이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돌아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4차례의 조인트 콘서트 '더씬 2024'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더씬 2024'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록 밴드 '아웃사이더스'의 드러머 이민우와 기타리스트 박창곤을 최근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 내에 있는 인천음악창작소에서 만났다.
아웃사이더스는 1980년대부터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이민우, 박창곤 등이 합류한 1992년부터 전성기를 맞았다. 아웃사이더스는 그해 10월 서울 롯데월드에서 열린 '제1회 한국록콘테스트대회'에서 우수상(2위)을 받았다. 대상(1위) 또한 인천 밴드 '사하라'였다.
이민우씨는 "LA메탈이 유행할 때 우린 레드 제플린을 연주했던 팀"이라고 했다. 박창곤씨는 "10여년 전 이벤트성으로 공연한 적이 있는데, 정식 공연은 1990년대 이후로 거의 30년만"이라며 "얼마 전 멤버들과 오랜만에 합주를 했는데, 신기하게 다 기억하며 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더스가 제1회 한국록콘테스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곡 'Ronnies Song'(로니의 노래)이다. 건즈 앤 로지즈나 레너드 스키너드를 연상케 하는 서던록풍의 이 곡은 한국록콘테스트 컨필레이션 음반 '93 ROCK WAVE'에도 수록된 밴드의 최대 히트곡이다. 이번 공연에서 30년 만에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관교동 지하실이 다 밴드 연습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서울·인천 등지 20~30개 팀이 관교동에 있었던 것 같네요." 박창곤씨는 이같이 회고하며 연습실뿐 아니라 공연장, 악기점, 음악감상실 등이 가득했던 인천의 풍경을 이야기했다.
옛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활동하는 록 밴드와 옛 인천 밴드들이 짝을 이뤄 오는 18일(블랙홀·화이트)과 19일(크래쉬·PNS), 25일(제로지·KOP)과 26일(블랙신드롬·아웃사이더스) 각각 나서는 이번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현장 판매 티켓만 일부 남았다.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뜨겁자 인천문화예술회관은 공연장 문을 열어 시민들이 발코니와 야외에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 기획에 참여하기도 한 이민우씨는 "처음엔 '이게 될까' 우려했지만, 반응이 뜨거워 용기를 얻었다"며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씬을 되살릴 수 있는 활동을 이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