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경의 '신문읽기'


신체·일상 엮어 '예술의 탈물질화' 실천

성능경 '신문읽기'
성능경의 '신문읽기'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제공

퍼포먼스를 소장할 수 있을까. 시간과 함께 변화하고 흩어지고 휘발되는 퍼포먼스는 어떻게 소장할 수 있을까. 퍼포먼스의 개념을 소장하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순간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퍼포먼스의 개념을 '작품'으로 수집해 소장하고 있다. 성능경의 '신문읽기'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퍼포먼스 작품이다. 작품을 수장고에 넣기까지, 그리고 최근에 작품을 대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신문읽기'는 '개념서' 형태로 퍼포먼스의 본질적 행위를 구현할 수 있는 작품의 '개념'과 '수행' 방법을 담고 있다.

성능경은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전위적인 실험미술로 기성 화단에 변화를 모색했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작가는 신체와 일상의 재료를 이용해 예술의 탈물질화와 일상성의 회복을 지향하며 수행과 참여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신문읽기'는 성능경을 한국 전위 미술 1세대로 각인시킨 제3회 'ST'에서 선보인 '신문: 1974.6.1. 이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신문: 1974.6.1. 이후'에서 작가는 전시 기간 중 매일 그날의 신문을 구해 한 부분을 낭독하고, 낭독한 글을 오려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시대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었다.

성능경 '신문읽기'
성능경의 '신문읽기' 퍼포먼스. /경기도미술관 제공

이후 이 작품은 개념은 같지만, 보다 행위성을 강조한 '신문읽기'로 변주된다. '신문읽기'에서 신문의 기사는 작가의 목소리를 타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신문지에서 오려내어진다. 마지막에는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 소리 내어 읽는다는 수행성과 일시성이 이전보다 더 강조된 개념적인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이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문읽기 행위 얽이 개념서'에 덧붙이는 글에는 종이 없는 시대의 신문읽기, 그리고 모두의 목소리로 만드는 신문읽기를 예견하며 작품의 지속가능성을 덧붙였다. 2021년 미술관이 선보인 '신문읽기'는 이러한 '덧붙이는' 글에 따라 작가와 함께 다문화 가족을 포함한 어린이, 청소년, 성인이 함께했다. 오늘날 전자신문 등 신문의 형식이 다양해진 것처럼 퍼포먼스의 맥락과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선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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