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에도 "정상적 절차" 답변뿐
금감원 신고한 뒤에야 다시 연락

"알 방법 없었다… 위로금 제시"


2024051601000158600014761

"이건 횡포입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A씨는 지난달 카드사로부터 억울하게 통장을 압류당했다. 그는 "카드사가 잘못을 저질러 개인에게 피해를 입혀 놓고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지난달 18일 평소 사용 중이던 통장 2개를 압류했다는 우리카드측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고 개인회생 중인 그는 "안 그래도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 빚이 더 있다고 생각하니까 눈앞이 깜깜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개인회생을 도와준 법무사와 함께 여러 방면으로 확인해 봐도 카드사로부터 압류를 당할 만한 채무는 없었다. 그는 수중에 현금이 거의 없었던 데다 통장 압류로 카드 사용도 막히면서 당장 식비 등 생활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통장을 압류당한 A씨는 우리카드 측에 항의했지만 '채무에 대한 정상적 압류 절차였다'는 답변뿐이었다. 참다못한 A씨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뒤에야 우리카드 측은 "오류가 있었다"며 압류 해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A씨의 통장이 압류된 것은 우리카드 측이 지난해 10월부터 그가 개인회생에 들어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카드사가 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겼다가 나중에 다시 인수하는 과정에서 A씨의 개인회생 정보가 인계되지 않았던 것이다. A씨는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 서류를 제출할 때 자신의 채무가 카드사에서 대부업체로 넘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 터라 카드사로부터 압류당할 이유가 없었다.

A씨는 특히 통장 압류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보인 우리카드 측의 태도에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카드사 잘못으로 빚어진 일인데, 압류 해지를 위해 나더러 인지대까지 내라고 하니 화가 안 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카드사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는 식이었고,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가난하고 힘이 없어 겪는 설움"이라고 푸념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저희는 A씨가 개인회생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알 방법이 없었다"며 "A씨가 받지 않아도 될 압류를 당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빠르게 압류해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 직원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불편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위로의 의미로 일정 금액의 보상을 제시했는데, A씨가 요구하는 금액과는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