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제 남한을 상대하기보다 미국이나 일본과 직거래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서로 먹고 사는 일, 그리고 실질적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김정은 시기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최근 세계 경제가 나쁜 상황에도 전 세계는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아니면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를 푸는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관계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경색된 상호 불신을 푸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의 흐름은 미·중 갈등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등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럴때 일수록 남북 협력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 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작은 협력을 하나의 마중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주고 받음으로써 양측 경제, 산업이 보완되어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하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남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에서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우선 UN 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 몰리브덴 등의 광물 교역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차츰 경제협력이 연동되어 신뢰가 축적되면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 정식 경협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향후 남북 경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시절 남북간 경제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 광물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 개발사업도 진행되어 세 차례에 걸쳐 흑연이 반입되기도 했다.
북한 내 주요 지하자원은 남북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 구리, 아연, 흑연, 인회석, 금 등이 부존하고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몰리브덴, 흑연, 중정석, 금, 형석, 운모 등 8종의 광물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미래 에너지와 자원 경쟁을 좌우할 수 있는 희토류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유망 광종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연한은 최소 28년 이상이 되고,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관계가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 산업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