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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은 한석규·이제훈 주연 영화 '파파로티(2013)'의 실제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퇴학 위기에 놓인 김호중의 빛나는 재능을 알아보고 학교로 다시 이끌어준 서수용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돈이 없어서 음악을 포기했던 10대 소년은 성악 영재로 변신했다. SBS 예능 '스타킹'에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출연 후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한데 이어 미스터트롯 톱4까지 오른 인생역전 스토리는 감동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호사다마인가. 석연찮은 교통사고와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자초했다.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서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바퀴가 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운전자인 김호중은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2시께 김호중이 아닌 김호중의 옷을 입은 매니저가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점을 들어 추궁했고, 매니저는 결국 자백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음주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다.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 갔지만 술은 안 마셨고 공황장애라고 해명한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다른 매니저가 빼돌렸다. 조직적 은폐 의혹과 말 바꾸기에 여론은 싸늘하다.

사태가 위중한데도 소속사는 사건 발생 직후인 11일과 12일에도 고양 공연을 강행했다. 시작된 투어 콘서트를 중단하면 수십억 대 손해는 당연하다. 소속사의 얄팍한 계산기가 작동했을 법하다. 매니저 약정금 반환 소송·불법 도박·병역특혜 의혹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무한신뢰로 든든한 방패막이가 돼온 팬덤도 소속사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싶다.

김호중은 사고 즉시 현장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 음주운전이 아니라면 보험처리로 끝날 수 있던 사고였고, 음주운전이었다면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고 팬들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일곱 가지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다. 이제 일흔 가지 변명으로도 덮이지 않을 지경이다. 트바로티(트로트+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받을 자격을 스스로 걷어찬 꼴이니 안타깝다.

/강희 논설위원